나는 공무원이다. Ep. 4
대학 새내기시절, 학과 중 가장 군대스럽다는 토목공학과 특성상 선배들이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제적인 상황들로 응급실까지 갔던 적이 있던 나는 그 이후로 술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는.
집단 심리가 이렇게 무서운 거다. 나도 모르게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건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내가 늦게까지 집에 오질 않자 아빠는 우리 팀장님께 전화해서 나를 찾았다고 한다. 아빠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후배니까 뭐 거리낌없이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제 공직생활 첫걸음을 시작하는 내 입장에서는 대선배이자 첫 팀장님인데. 부담도 이런 부담이 없다.
아빠가 같은 지역에 같은 직렬의 공무원이니까 아무래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었던 내 머리를 쥐어뜯으며, 내 인생 첫 출근을 위해 술에 찌든 몸을 일으켰다.
조금 쉬어가기도 할 겸,
이번에는 '나는 공무원이다'의 원활한 연재를 위해 우리 팀 등장인물도 캐릭터를 부여하고자 한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건설과 하천팀에 배치되었다. 하천팀은 관내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 공유수면을 관리하는 부서로 토목계 및 하수계와 함께 정통 토목부서 중 하나이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 중에 하천팀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은 딱히 없을테니 일단 넘어가자.
모든 직장생활이 마찬가지겠지만 직장생활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80%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가 좌우한다. 아니, 조금 과장해서 99%. 그런 점에서 나는 첫 사회생활치고 사람들을 정말 잘 만난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다른 복보다 인복만큼 좋은 건 없더라.
팀장님은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같이 근무했던 시간들이 정말 좋았다. 업무를 처리할 때 세심한 조언과 문제가 터졌을 때 정리하고 결론까지 내려주는 센스까지. 다른 선후배들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나는 좋았으니 뭐.
첫 차석은 현재도 같은 지자체에 근무하고 있다. 한참 전에 승진해서 지금은 팀장님이신데 역시나 좋은 사람은 다들 잘 알아보더라. 아직까지 어느 누구하나 욕하는 걸 본 적이 없네.
예전에 술에 취한 민원인에게 이유없이 삿대질을 받으며 욕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이 차석은 마치 자기 일처럼 싸워줬다. 그때 고마웠던 기억은 정말 평생 갈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울컥하네.
사실 삼석이 신규직원으로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 그 당시 팀장님이 우리 아버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처음 왔을 때 마치 친동생처럼 챙겨줬던 기억은, 내가 앞으로 공직생활을 하면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했다.
뭐 이런저런 이유로 삼석을 제비로 그렸는데 사실 한 가지 이유가 추가로 더 있다. 그건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할 예정.
오늘 에피소드는 그냥 가볍게 팀을 소개할 겸 적어봤다. 어느새 네 번째 에피소드인데 아직 출근도 못했다니 실화인가.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진짜 본격적인 공직생활 시작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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