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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myungdan Jan 28. 2024

브런치 작가라면 꼭 봐야 할 영화

자유로운 메모, 영화 《더 와이프》



작가의 능력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자 존경인 노벨문학상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를 완벽한 상황에서 꿈의 절정을 산산조각 낼 충격적인 비밀이 숨어 있었으니...

명예의 전당, 명예의 정점에서 그와 그의 아내는 어떤 미래를 맞을 것인가




 

작가지망생 조안은 기혼자인 지도교수 조셉 캐슬먼을 사랑하게 된다.

조셉은 그녀의 작가적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재능을 펼칠 세상으로의 연결고리에 마음을 쓴다. 물론 조안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성으로서 시대적 문화적 장벽을 절감한 조안은 글쓰기를 포기한다.

이제부터 조안의 차례다.

글에 대한 천부적 감각을 지닌 그녀의 문학적 재능은 번번이 출판계에서 거절당하는 조셉의 능력을 모의하게 되고 세상에 조셉 캐슬먼이라는 작가를 탄생시킨다.

조안의 문학적 창작은 곧 작가 조셉 캐슬먼의 인생 창작이었다.





그들의 각기 다른 욕망은 오랜 세월 부딪치고 뒤섞이며 새로운 작품으로 승화된다.  

조안은 조셉의 문학적 열패감을 구원할 평생의 뒷배가 된다.

조셉은 출판계의 거물이 되었고 문학계의 거장이 되었다. 만년을 조안의 문학적 성취로 구축된 소설가 조셉은 마침내 노벨문학상이라는 권좌에 오르게 된다.

조셉 캐슬먼의 아내 조안 캐슬먼은 킹메이커였다.



                                  


조안의 문학적 역량은 남편의 욕망을 키우고 부채질했다.

애처러움과 연민에 버무려진 사랑, 거기서 시작된 그녀의 은밀한 내조가 그들의 인생을 관통했다.  

명예와 특권에 익숙해지며 그들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

진실은 멀어지고 일탈의 반복은 새로운 진실로 세상에 굳어졌다.  

작가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한 그녀가

평생 글을 써야 하는 삶의 모순

그것은 자신의 부정이었고 자아의 부재였다.

가족관계의 억압이고 분노의 씨앗이었다.



                                  

 

조안이 자신의 의식이고 영혼이며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수상소감을 말하는 조셉. 노벨상을 받을 사람은 자신의 아내 조안이라는 그들만의 내밀한 고백이 시상식장을 더욱 특별한 감동으로 채운다.





조안에 대한 조셉의 치사는

끝까지 세상의 신의를 저버려야 하는 자신들의 비극적 삶을 바라보게 한다.

가장 벅차고 명예로워야 할 곳에서의

세상에 대한 농락은 조안을 준엄한 윤리적 책임에 직면하게 한다.

권위의 공간에서 더욱 휘몰아치는 치욕스러움과 분노에 조안은 시상식장을 박차고 나온다.





더 이상 숨을 곳을 찾지 못하는 양심

그리고 인생 박탈감은 마침내 조안으로 하여금 그들의 민낯을 왈칵 쏟아내게 한다.

조안은 조셉에게 떠날 것을 선언한다.

조셉의 어떤 호소와 설득도 단호하게 물리치는 조안.

조셉은 심장을 송두리째 베인다.

창밖엔 눈이 내린다.





온 세상에 사뿐히 내리는 눈소리

그들은 최후의 하강인 양

모든 산 자와 죽은 자 위에

사뿐히 흩날리는 눈소리를 들으며

그의 영혼이 서서히 쓰러진다




          

죽음 앞에서 모든 욕망은 가엾고 처량하다.  조셉의 욕망은 죽음 앞에서 비로소 멈추었다.

                                   




복잡하고도 모순투성이인 삶은

인간에 대한 질문도 답도 많아지게 한다. 어디까지 인간은 진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죄어드는 의심에도 조안은 자신과 남편의 불명예를 허락하지 않는다.

원숙한 솜씨로 미래가 담긴 판도라 상자를 지켜낸다.





이제 미래는 조안의 것이다.

허세의 탐욕과 위선과 불안의 족쇄를 끊을 조안의 굵고 주름진 손이

빈 노트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구름 위를 유유히 나는 비행기처럼

그녀의 꿈이 자유롭게 비상한다.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지배하리라는 야망과 함께..





 <더 와이프>는 결핍과 욕망의 나룻배를 타고 삶을 항해하는 인간 서사다.

우리도 그들처럼 나룻배의 사공이 되어 오늘도 삐걱거리며 노를 젓는다.

조셉처럼 실존의 공복과 불안함을

단 음식으로 달래며

신념의 윤리와 책임의 윤리에

조안처럼 부딪치고 괴로워하며..





불편한 진실의 전조처럼

영화 마디마디에서 흐르는 긴장되고 어두운 첼로 선율이

어쩌면 우리 삶의 기류가 아닐는지...


                                     



작지만 큰 영화!  

명배우 명품 연기가 영화를 한층 끌어올렸다. 글렌 클로즈의 온화한 듯 강인한 카리스마가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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