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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myungdan Jul 15. 2023

걸어도 걸어도 당신의 발걸음

자유로운 메모: 영화 '걸어도 걸어도'



걸어도 걸어도

흔들려도 어긋나도

가족으로 또 걸을 수밖에



걸어도 걸어도

자식으로 꽉찬 공간, 엄마

일 년에 한 번 오는 자식이라도

 "다녀왔습니다~" 해야지





걸어도 걸어도

엄마의 솜씨는 산 지혜

걸어도 걸어도

엄마의 음식은 추억을 차리고

걸어도 걸어도

엄마의 요리는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호들갑스런 옥수수튀김처럼

걸어도 걸어도

엄마의 밥상은 따뜻함의 신화

걸어도 걸어도

자신을 쓰고 또 쓰는 엄마



걸어도 걸어도

모성은 신성하다

걸어도 걸어도

그 누가 감히 용서받을 수 있을까

걸어도 걸어도

자식을 앗아간 건 신성 모독

걸어도 걸어도

자식 잃은 슬픔엔 면역력이 없다

걸어도 걸어도

자식 앓는 엄마의 영혼은

무시로 절룩거린다





걸어도 걸어도

결국

자기의 방향과 자기의 속도

걸어도 걸어도

소통은 서툴고 손사래는 익숙하다.

걸어도 걸어도

어려운 일은 나를 비우는 일

걸어도 걸어도 아버지는 떠돈다

물에 기름처럼

걸어도 걸어도

소외와 차별과 갈등의 씨앗은 

고정관념과 뿌리 깊은 가부장제





걸어도 걸어도

더께 앉은 부자의 애증은

근원적 사랑과 사랑의 실수

걸어도 걸어도

가족의 회복은

수리가 아니라 복원이다

걸어도 걸어도

부모는 내려가고

자식은 올라와야 만나진다

같이 걸을 때 비로소 이해한다

구름도 해도 같이 걷는다

구름은 하늘의 나그네일 뿐



걸어도 걸어도

한발 늦게 깨닫는

자식이라는 한계와 비애

걸어도 걸어도

노란나비의 정령은

소멸과 죽음의 위로

걸어도 걸어도

싫어도 힘들어도

가족은

추위를 극복하고 다시 찾아오는

노란나비의 봄



생멸의 순환 속에

노란나비의 전설은

문화의 핏줄을 이어가고

그렇게 그렇게 부모가 되고 가족이 되어

인생을 걷는다




다가가지 않아도 먼저 다가서는 영화

사람 냄새 가득한

꾸밈없는 이야기



명주실 가닥 같은 삶의 올마저

온전히 살려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감탄스러운 저력



일상의 리듬을 유쾌하게 살려내는

유머 진득한 우리네 엄마의 모습,

순간 마음을 놓치고 마는

자식 잃은 부모의 저린 가슴까지,

모성의 온기와 냉기를 오가는 낙차 큰 연기는 역시 키키 키린의 것이었다

인물을 완성시키며 삶을 두덕이는

키키 키린의 독보적 연기가 또다시 빛난다




나만 그런가

우리만 그런가



아.니.



인생에

별 수 없다

나처럼

우리처럼

그렇게들 산다



더할 나위 없는 위로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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