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 인간 근력을 대체하다

제 2 장. 신체의 확장 산업혁명

by Lee

1765 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어느 작업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 모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구리 파이프와 피스톤 조각들이 널려 있었고, 공기 중에는 기름과 금속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작업실 안은 열기로 뜨거웠다. 와트는 생각했다. 왜 이 기계는 이렇게 많은 증기를 낭비하는가. 뉴커멘의 기관은 작동은 했지만, 효율이 너무 낮았다. 석탄을 너무 많이 먹어치웠다.


그 순간, 와트의 머릿속에 번개 같은 아이디어가 스쳤다. 증기를 별도의 응축기에서 식히면 되지 않을까. 주된 실린더는 항상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고, 증기만 따로 빼내어 식힌다면 에너지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모양과 선들이 단순한 기계 도면을 넘어, 인류의 운명을 바꿀 청사진이 될 줄은 그도 몰랐다.


그로부터 몇 십 년 후, 영국 맨체스터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높은 굴뚝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고, 그 끝에서는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하늘은 회색으로 덮였고, 건물들은 그을음으로 검게 변해갔다. 거리에는 마차 대신 기차가 달렸고, 강에는 증기선이 떠다녔다. 공장 안에서는 수천 개의 방적기가 동시에 움직이며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윙윙윙, 쾅쾅쾅. 그것은 기계의 심장 박동 소리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은 그을음으로 얼룩져 있었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섯 살짜리 아이들은 기계 밑으로 기어 들어가 떨어진 실을 주워야 했다. 어른들은 하루에 열여섯 시간을 일했다. 그들의 근육은 혹사당했지만, 과거 농촌에서 땅을 갈 때와는 결이 다른 피로였다. 농사일은 계절의 리듬을 따랐지만, 공장의 일은 기계의 리듬을 따랐다. 기계가 멈추지 않는 한, 인간도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대는 인간이 육체적 노동에서 해방되기 시작한 시대이기도 했다.


산업혁명 이전의 수천 년 동안, 인간의 힘은 곧 근육의 힘이었다. 농사를 짓고, 건물을 짓고, 물건을 나르는 모든 일은 인간과 가축의 근력에 의존했다. 강한 사람이 많은 일을 했고, 약한 사람은 적은 일을 했다. 사회의 총생산력은 곧 인구 수와 평균 근력에 비례했다. 전쟁에서도 많은 병사를 동원한 쪽이 이겼다. 힘의 총량이 곧 국력이었다.


그런데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방정식이 바뀌었다.


기계 하나가 인간 수백 명분의 일을 해내기 시작했다. 석탄이라는 화석 에너지를 태려서 얻은 열기가 물을 끓이고, 증기의 압력이 피스톤을 밀어내고, 그 힘이 바퀴를 굴렸다.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의 근육으로 직접 일을 하지 않았다. 인간은 기계를 감시하고, 연료를 넣고, 스위치를 조작했다. 인간의 역할은 힘을 쓰는 것에서 힘을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인간 신체 기능의 외부화였다. 인쇄술이 기억력을 책으로 외부화했다면, 증기기관은 근력을 기계로 외부화한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몸 밖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근육을 얻었다. 그 근육은 피로를 느끼지 않았고, 잠을 자지 않았으며, 인간보다 훨씬 무거운 것을 들어 올렸다.


상상해 보라. 평생 흙을 만지며 살았던 농부가 처음으로 증기기관을 목격했을 때의 충격을. 그는 자신의 손이 얼마나 무력한지 깨달았을 것이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손이 이제 더 무거운 것을 들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기계가 내 일을 대신한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노동자들이 방적기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계를 악마의 발명품으로 여겼다. 하지만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기계는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저렴하게 생산했다. 저항하던 사람들도 결국 공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기계와 함께 일하거나, 아니면 굶거나. 선택지는 명확했다.


이것은 진화의 또 다른 단계였다.


인간은 생물학적 몸을 넘어 기계적 몸으로 확장되었다. 기차는 인간의 다리를 확장했고, 크레인은 인간의 팔을 확장했으며, 증기기관은 인간의 가슴 근육을 확장했다. 인간은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라는 생물학적 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사이보그의 초기 형태가 나타난 것이다. 비록 그 연결이 무선 칩이 아닌 석탄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졌지만, 본질은 같았다.


인간의 한계가 기술로 보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기계가 인간의 근력을 대체하면서, 인간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로 시간과 공간의 문제였다.


농사짓던 시절에는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었다. 시간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흘렀다. 하지만 공장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시간이 필요했다. 교대 근무를 하고, 기차 시간을 맞추고, 원재료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모두 같은 시계를 봐야 했다. 자연 시간이 사회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공간도 바뀌었다. 원산지에서 생산지까지,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물건을 빠르게 이동시켜야 했다. 도로는 포장되었고, 철도는 대륙을 관통했다. 지구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힘의 해방은 곧 공간과 시간의 압축으로 이어졌다.


인간은 근육의 족쇄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과 공간의 족쇄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계는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규율을 강요했다. 우리는 이 규율 속에서 다시 한번 질문하게 된다. 기계가 몸을 대체한다면, 다음으로 대체될 것은 무엇인가.


몸이 기계에 의해 확장되는 동안, 인간들의 생각은 여전히 아날로그였다. 공장은 돌아가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속도는 말의 빠르기보다 빠르지 않았다. 편지는 며칠이 걸려 도착했고, 뉴스는 일주일이 지나야 다른 도시에 전해졌다. 거대한 기계 몸체를 가진 문명인데, 그 신경계는 여전히 느렸다.


몸은 이미 미래에 와 있는데, 신경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불일치.


이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다음 혁명이 곧 찾아올 것이다. 증기기관의 연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선이라는 새로운 혈관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했다. 힘의 해방이 끝난 뒤, 찾아온 것은 연결의 해방이었다.


다음 편: 제 2 장 신체의 확장 산업혁명 | 표준화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대량 생산

이전 04화지식의 민주화, 인간 뇌의 첫 번째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