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대량 생산

제 2 장. 신체의 확장 산업혁명

by Lee

1840 년 11 월 2 일, 런던 패딩턴 역.


플랫폼에 서 있는 남자가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시계 바늘은 10 시 15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역 벽에 걸린 큰 시계는 10 시 20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자는 기차가 출발하기 5 분 전에 도착했지만, 역무원은 늦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런던 시간과 브리스톨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전의 세계에서 시간은 지역마다 달랐다. 해가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이 정오였다. 런던에서 정오일 때, 서쪽 지역에서는 아직 오전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의 리듬에 따라 살았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었다. 시간은 유연했고, 느렸고, 지역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증기기관차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기차는 빠르게 이동했다. 런던에서 브리스톨까지 가는 동안 해의 위치는 변했고, 지역 시간도 달라졌다. 기차 시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런던 시간을 따를 것인가, 도착지의 시간을 따를 것인가. 기차 시간표는 혼란스러웠고, 사고가 발생했다. 서로 다른 시간을 기준으로 달리는 기차들이 같은 선로에서 충돌할 위험이 생겼다.


결국 철도 회사들은 결단했다. 모든 시계를 런던 시간으로 통일하자.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간을 표준으로 삼았다. 이는 인간 역사상 처음으로 자연 시간이 아닌 사회적 시간이 우선시된 순간이었다. 해가 뜨지 않아도 시계가 12 시를 가리키면 정오였다. 인간은 태양의 종에서 시계의 종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공장 안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공장의 사이렌이 울리면 출근이었다. 점심 종이 울리면 식사였고, 퇴근 종이 울리면 집으로 갔다. 작업은 분단위로 쪼개졌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작 하나하나가 측정되었고, 불필요한 움직임은 제거되었다. 인간은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되었다. 기계가 멈추지 않기 위해 인간은 교대 근무를 했다. 밤에도 공장은 밝았고, 도시는 잠들지 않았다.


시간의 표준화는 공간의 압축으로 이어졌다.


철도는 지구의 주름을 펴냈다. 산은 터널로 뚫렸고, 계곡은 다리로 이어졌다. 말로 열흘 걸리던 거리가 기차로 하루 만에 주파 가능해졌다. 공간은 더 이상 절대적인 장벽이 아니었다. 원재료를 싣고 공장으로, 제품을 싣고 항구로, 다시 세계 각지로 배가 떠났다. 물류의 속도가 빨라지자 자본의 회전 속도도 빨라졌다.

이 흐름은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완성되었다.


미국의 일리 휘트니는 머스킷 총을 만들면서 호환 부품을 도입했다. 나사 하나, 톱니바퀴 하나가 어디서 만들어지든 같은 규격이라면, 고장 난 부품을 쉽게 교체할 수 있었다. 이는 수공예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장인이 하나하나 손으로 깎아 만들던 시대는 저물었다. 대신 표준화된 부품을 조립하는 시대가 왔다.


헨리 포드는 이후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면서 이를 완성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대신 사람이 제자리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T 포드는 검은색으로만 생산되었다. 색상을 다양화하면 생산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취향보다 생산의 효율이 우선이었다.


이는 인간 생활의 표준화를 의미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했다. 도시는 비슷한 건물들로 채워졌고, 생활 양식은 획일화되었다. 다양성은 효율의 적으로 여겨졌다. 표준화된 인간, 표준화된 시간, 표준화된 공간. 산업 문명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묘한 점이 보인다.


표준화된 부품이 기계를 구성하듯, 표준화된 인간이 사회를 구성했다. 개인은 거대한 산업 기계의 톱니바퀴로 기능했다. 각자의 역할은 정해져 있었고, 교체 가능했다.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웠다. 시스템은 개인보다 우선했다.


이것은 인간 진화의 또 다른 단계였다.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에서 시스템의 일부로 통합되었다. 인쇄술이 개인의 내면을 깨우었다면, 산업혁명은 개인을 외부 시스템에 연결했다. 인간은 더 이상 고립된 섬이 아니었다. 철도와 전신, 도로와 항구로 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의 노드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계점이 드러났다.


기계 몸체는 빠르게 움직였지만, 그 기계들을 조율하는 신경계는 여전히 느렸다. 기차는 시속 100 킬로미터로 달렸지만, 기차 운행 지시는 전보로 전달되어야 했다. 공장은 빠르게 생산했지만, 주문량은 우편으로 받아야 했다. 몸은 이미 산업 시대에 와 있는데, 신경계는 여전히 전 산업 시대에 머물러 있었다.


이 불일치는 병목 현상을 만들었다. 에너지와 물질은 빠르게 이동했지만, 정보는 여전히 사람의 이동 속도에 종속되었다. 증기기관이 만든 거대한 몸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더 빠른 신경계가 필요했다. 구리선 위를 흐르는 전기 신호처럼 빠른 것이 필요했다.


몸의 확장이 완성되어 가던 시점, 인간은 다시 한번 자신의 한계를 마주했다. 이번에는 신경의 한계였다. 왜 우리는 이 많은 기계들을 가지고도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여전히 며칠이 걸리는가. 왜 우리는 직접 만나지 않고는 의사를 전달할 수 없는가.


힘의 해방이 끝난 뒤, 찾아온 것은 연결의 해방이었다. 증기기관의 연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선이라는 새로운 혈관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했다. 전기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산업혁명의 몸체에 생명을 불어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 편: 제 2 장 신체의 확장, 산업혁명 | 에너지에서 정보로, 문명의 혈관이 뚫리다

이전 05화증기기관, 인간 근력을 대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