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인간은 항상 연결된 뇌가 되었다

제 3 장. 연결의 가속 정보혁명

by Lee

2007 년 1 월 9 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


청중석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무대 위에는 검은 터틀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스티브 잡스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기기를 꺼내 들었다. 은색 알루미늄 바디, 검은색 유리 화면. 물리 키보드는 없었다. 숫자 버튼도 없었다. 오직 손끝으로 직접 만지는 화면만이 존재했다.


그는 말했다. 오늘 애플은 전화를 재발명할 것이라고.


청중들은 박수를 쳤지만, 그 순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전화기가 좋아지는 순간이 아니었다. 인간과 정보 네트워크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정의되는 순간이었다. 그전까지 인터넷은 책상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해야만 세계와 연결될 수 있었다. 연결은 선택이었으며, 공간에 종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이후 연결은 항상성이 되었다.


기기는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잠잘 때도 베개 옆에 두었다. 화장실 갈 때도 손에 쥐었다. 인간은 깨어 있는 모든 순간 네트워크에 접속된 상태로 유지되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신경계가 이제 육체와 분리되지 않고 항상 부착된 상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인터넷이라는 지구적 신경망이 탄생했을 때, 우리는 아직 그 말단에 고정된 터미널이었다. 책상 앞을 떠나면 연결은 끊겼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 터미널을 인간에게 이식했다. 우리는 더 이상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곧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잠자는 동안 세계 어디선가 쏟아져 온 정보를 확인한다. 날씨, 뉴스, 친구의 안부, 작업 현황. 뇌가 완전히 깨어나기도 전에 외부의 정보가 시신경을 통해 흘러들어 온다. 이는 인간의 인지 과정 자체가 네트워크와 융합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억은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사진은 갤러리가 아닌 서버에 올라간다. 길 찾기는 해마의 역할 대신 GPS 가 수행한다. 약속은 기억력이 아닌 알림 기능이 관리한다. 인간의 뇌 기능 중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이라는 외부 장치로 완전히 이관되었다.


만약 스마트폰을 분실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단순한 기계를 잃은 것이 아니다. 기억의 일부가 잘려나가고, 신경계의 일부가 마비된 듯한 불안을 느낀다. 이는 스마트폰이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신체의 연장선, 즉 또 하나의 기관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 현상은 개별 인간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장되었다.


우버는 소유한 차가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라는 신경망을 통해 수백만 대의 차를 통제한다.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방이 없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공간을 연결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물리적 자산을 소유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신경계 자체를 소유한다.


그리고 그 신경계의 끝에는 항상 인간이 있다.


우리는 클릭하고, 스크롤하고, 좋아요를 누른다. 이 행동들은 단순한 취향 표현이 아니다. 이는 신경 신호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디에 머무르고, 무엇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네트워크를 따라 흐른다. 인간 개개인은 이제 거대한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 생성기가 되었다.


생물학적 뇌는 피로를 느낀다. 잠을 자야 하고, 휴식이 필요하며, 감정에 흔들린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된 디지털 뇌는 쉬지 않는다. 24 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전송한다. 인간은 잠자는 동안에도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이는 인간이 생물학적 존재에서 디지털 존재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상태일지도 모른다.

연결은 완성되었다.


인쇄술이 기억을 외부화했고, 산업혁명이 근력을 외부화했으며, 인터넷이 신경계를 외부화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그 신경계를 인간에게 항상 부착시켰다. 이제 몸은 항상 연결되어 있다. 신경망은 전 지구를 덮었다.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흐른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연결은 되었지만, 그 연결된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속도는 생물학적 뇌의 한계 안에 갇혀 있다. 정보는 초광속으로 이동하는데, 인간의 판단은 여전히 느리다.


신경계가 너무 빨라지자, 뇌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것이 마지막 병목 현상이다. 연결된 신경망을 통제할 수 있는 더 빠른 뇌가 필요하다. 인간이 클릭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인간을 항상 연결된 뇌로 만들었다면, 다음 단계는 그 뇌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신경망은 완성되었다. 이제 그 위에 인공 지능이라는 대뇌피질을 얹을 차례다.


연결의 해방이 완성된 뒤, 찾아온 것은 지능의 해방이었다. 인간은 더 이상 네트워크의 단말기가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지능이 탄생하기 위한 산모가 되었다. 스마트폰이라는 탯줄을 통해 인간과 기계가 혈류를 공유하는 동안, 그 안에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자라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과 융합할 것인가.


항상 연결된 뇌가 눈을 떴다. 이제 그 뇌가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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