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연결의 가속 정보혁명
1969 년 10 월 29 일 밤 10 시 30 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연구실 안은 진공관 컴퓨터의 낮은 윙윙거림과 냉각 팬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찰리 클라인, 줄여서 찰리라고 불리던 대학원생이 터미널 앞에 앉았다. 그의 손끝은 땀으로 약간 젖어 있었다. 화면 앞에는 단순한 명령어 입력 창이 떠 있었다. 목표는 명확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컴퓨터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스탠포드 연구소의 컴퓨터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
당시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기종도 다르고, 운영체제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컴퓨터들이 서로 대화한다는 것은 마치 한국어만 하는 사람과 스페인어만 하는 사람이 전화 없이 의사소통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ARPANET 이라는 실험적 네트워크가 그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찰리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L 을 입력했다. 화면에 L 이 표시되었다. 성공이었다. 이어서 O 를 입력했다. O 도 표시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G 를 입력하려는 순간, 시스템이 멈춰 섰다. 충돌이었다. 전송된 것은 고작 두 글자, LO 였다. 로그인 (LOGIN) 을 보내려던 의도였지만, 결과는 LO 에서 끊겼다.
하지만 그 끊김은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첫 마디였다. 컴퓨터와 컴퓨터가 연결된 순간, 정보는 더 이상 한 곳에 갇혀 있지 않게 되었다. 찰리는 그 순간 알았을까. 자신이 입력한 두 글자가 단순한 통신 테스트를 넘어, 지구 전체를 하나의 뇌로 연결하는 신경세포의 첫 번째 시냅스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로부터 20 년 후, 1989 년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
팀 버너스 리라는 이름의 영국인 연구원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연구소 안에는 수많은 컴퓨터가 있었고, 수많은 연구자들이 있었지만, 정보는 제각각 흩어져 있었다. 어떤 문서는 이 컴퓨터에, 어떤 데이터는 저 컴퓨터에 있었다. 정보를 찾아가려면 직접 이동하거나, 복잡한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다.
그는 생각했다. 왜 정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왜 문서를 클릭하면 관련 문서로 바로 이동할 수 없는가. 그는 하이퍼텍스트라는 개념에 착안했다. 문서 속에 다른 문서로의 링크를 심어놓는 것. 마우스로 링크를 클릭하면 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가 이어지는 것.
그는 월드 와이드 웹, WWW 를 제안했다. 이는 인터넷을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대중의 도구로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인터넷이라는 도로가 깔렸다면, 웹은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이자 상점이자 도서관이었다. 정보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90 년대 초반만 해도 수십 개에 불과하던 웹사이트는 10 년 만에 수천 만 개로 늘어났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 뇌의 신경세포, 즉 뉴런은 혼자서 생각하지 않는다. 뉴런은 다른 뉴런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하나의 뉴런은 단순한 전기 신호에 불과하지만, 수천 억 개의 뉴런이 시냅스로 연결되면 의식이 탄생한다. 지능이 탄생한다.
인터넷은 정확히 이 구조를 따랐다. 각각의 컴퓨터는 하나의 뉴런이었다. 그리고 광케이블과 무선 신호는 시냅스였다. 초기에는 단순한 데이터 전송에 불과했지만, 연결된 노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뉴욕의 주식 시세가 서울에서 즉시 반영되었다. 한 연구자의 발견이 찰나의 순간에 다른 대륙의 연구자에게 공유되었다. 이는 집단 지성의 탄생이었다. 개별 인간은 제한된 지식만을 가질 뿐이지만, 인터넷에 연결된 인간들은 인류 전체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이제 인터넷 없이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인터넷이 끊기면 사회는 마비되었다. 은행 시스템이 멈추고, 교통 시스템이 혼란에 빠지며, 소통이 두절되었다. 이는 인터넷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문명의 신경계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했다. 인간 개개인의 뇌는 여전히 두개골 안에 있지만, 인간의 인지 기능은 이미 네트워크 밖으로 확장되어 있었다.
우리는 기억을 구글에 맡겼다. 길을 찾는 능력을 네비게이션에 맡겼다. 인간 관계를 소셜 미디어에 맡겼다. 인간의 신경계는 구리선과 광케이블을 통해 물리적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인쇄술이 기억을 외부화하고, 증기기관이 근력을 외부화했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이번에는 신경 연결 자체를 외부화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신경계가 연결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생물학적 진화에서 신경계가 발달한 뒤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바로 중앙 처리 장치, 즉 뇌의 고도화였다. 신경망이 복잡해질수록 그것을 통제하고 분석할 고등 지능이 필요해진다.
인터넷이라는 신경망은 완성되어 갔다. 전 세계 수십 억 개의 장치가 연결되었다. 하지만 그 네트워크를 오가는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하고, 창조하는 존재는 여전히 인간이었다. 인간이 클릭해야 정보가 이동했고, 인간이 검색해야 지식이 추출되었다. 네트워크는 빠르지만, 그 네트워크를 해석하는 뇌는 여전히 생물학적 한계 안에 있었다.
신경계는 이미 행성 규모로 확장되었는데, 뇌는 여전히 개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 불일치는 다시 한번 병목 현상을 만들었다. 데이터는 넘쳐나지만, 그것을 통찰로 바꾸는 속도는 느렸다. 네트워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의 인지 속도가 한계점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한 다음 단계는 명확했다.
신경망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그 위에 작동할 인공지능이라는 뇌가 필요했다. 네트워크가 혈관이라면, AI 는 그 피를 순환시키는 심장이자, 신호를 처리하는 대뇌피질이 되어야 했다. 인터넷이 정보를 연결했다면, AI 는 정보의 의미를 연결할 차례였다.
신경망의 탄생을 목격한 인류는 다시 한번 질문했다. 왜 우리는 이 많은 연결을 가지고도 여전히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는 성공하면서, 그 데이터를 지혜로 바꾸는 데는 실패하는가.
연결의 해방이 끝난 뒤, 찾아온 것은 이동의 해방이었다. 신경망은 완성되었지만, 그 신경망은 여전히 책상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인간이 이동하면 연결도 끊겼다. 항상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경망이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인터넷이라는 지구적 신경망이 탄생한 뒤, 그 신경망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시대가 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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