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과 1, 아날로그 인간을 디지털로 복제하다

제 3 장. 연결의 가속 정보혁명

by Lee

1946 년 2 월 14 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무어 공학 학교.


넓은 강당만한 공간에 거대한 기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높이는 3 미터, 길이는 30 미터에 달했다. 무게는 30 톤이 넘었다. 벽면 전체를 뒤덮은 진공관 수만 개가 오렌지색 빛을 내며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방 안은 사우나처럼 뜨거웠고, 기계에서 나는 윙윙거리는 소음은 귀를 막아도 머리 속까지 진동했다.


이것은 에니악 (ENIAC) 이었다. 인간이 만든 첫 번째 범용 전자 컴퓨터였다.


기계 앞에는 몇 명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들은 프로그래머였다. 당시에는 컴퓨터라는 단어 자체가 직업을 의미했다. 그들은 거대한 패널에 꽂힌 수천 개의 케이블을 하나씩 뽑았다가 다시 꽂았다.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하나의 계산을 위해 기계 설정을 바꾸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만약 케이블 하나라도 잘못 꽂으면 전체 계산이 틀려졌다.


그들의 눈은 피로로 충혈되어 있었지만, 손끝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단순한 조작이 아니었다. 인간의 사고 과정, 그중에서도 가장 논리적인 부분을 기계에게 이식하는 작업이었다.


산업혁명까지 인간은 에너지를 외부화했다. 증기기관과 전기는 인간의 근육과 신경을 확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계산은 인간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졌다. 포탄의 궤적을 계산하고, 기후를 예측하고, 암호를 해독하는 모든 일은 인간이 종이 위에서 펜으로 썼다. 실수는 필연적이었고, 속도는 인간의 뇌 처리 능력에 한정되어 있었다.

아날로그 세계는 연속적이다. 신호는 끊기지 않고 흐른다. 하지만 연속적인 신호는 잡음에 약하다. 전선에 약간의 노이즈가 끼면 정보가 왜곡된다. 복사하면 할수록 질은 떨어졌다. 테이프를 복사하면 음질이 떨어지고, 사진을 복사하면 선명도가 낮아졌다.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완전한 복제란 불가능했다.


그런데 에니악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모든 정보를 0 과 1 로 쪼개었다. 전기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 중간은 없었다. 있거나 없거나. 참이거나 거짓이거나. 이진법 세계에서는 잡음이 끼어넣을 틈이 없었다. 약간의 노이즈는 무시되었다. 신호가 명확히 구분되는 한 정보는 완벽하게 보존되었다.


이는 정보의 불멸성을 의미했다.


디지털 정보는 복사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았다. 원본과 복제본의 구분이 사라졌다. 인간이 평생 쌓은 지식과 경험, 즉 아날로그 인간을 0 과 1 의 나열로 변환하면 그것은 영구적으로 저장되고 무한히 복제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인간은 죽지만 데이터는 남는다. 인간의 생각은 사라지만 알고리즘은 지속된다. 이는 인간 존재의 정의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첫 번째 금이었다.


앨런 튜링은 이미 전쟁 중에 이 개념을 증명했다. 그는 인간의 계산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었다. 복잡한 수식도 결국은 단순한 논리 연산의 연속임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논리 연산은 기계로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튜링 머신이라는 가상의 기계는 종이 테이프 위의 기호를 읽고, 지우고, 쓰고, 이동했다. 이것이 현대 컴퓨터의 논리적 기초가 되었다.


인간의 사고가 알고리즘으로 해석되는 순간, 사고는 신비로운 영혼의 영역에서 공학의 영역으로 내려왔다. 우리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보를 처리한다.라는 표현이 가능해졌다.


에니악 이후 컴퓨터는 빠르게 진화했다. 진공관은 트랜지스터로 바뀌었고, 트랜지스터는 집적회로로 축소되었다. 방 하나 크기의 기계가 책상 위로, 나중에는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0 과 1 의 흐름이었다.


이것은 인간 뇌 기능의 외부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인쇄술이 기억을 외부화했다면, 컴퓨터는 논리와 계산을 외부화했다. 인간은 더 이상 복잡한 수식을 암기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곱셈과 나눗셈, 심지어 미적분 계산까지 기계가 순식간에 해냈다. 인간의 뇌는 계산 노예에서 해방되어, 더 높은 차원의 문제 설정과 창의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초기 컴퓨터는 고립되어 있었다.


에니악은 방대한 계산을 해냈지만, 그것은 혼자였다. 기계와 기계는 대화하지 못했다. 한 컴퓨터에서 만든 결과를 다른 컴퓨터로 옮기려면 여전히 펀치 카드나 테이프를 물리적으로 운반해야 했다. 정보의 생성 속도는 빨라졌지만, 공유 속도는 여전히 산업혁명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지능은 확장되었지만, 그 지능들은 섬처럼 흩어져 있었다.


인간은 다시 한번 질문했다. 왜 우리는 이 많은 컴퓨터를 가지고도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가. 왜 우리는 계산을 빠르게 해놓고도 그 결과를 나누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가.


계산의 해방이 끝난 뒤, 찾아온 것은 네트워크의 해방이었다. 0 과 1 로 변환된 정보들은 이제 구리선을 타고 서로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고립된 지능들이 하나의 거대한 뇌로 연결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디지털이라는 공통 언어를 얻은 기계들은 이제 대화를 시작할 차례였다.


다음 편: 제 3 장 연결의 가속 정보혁명 | 인터넷, 지구적 신경망의 탄생

이전 07화에너지에서 정보로, 문명의 혈관이 뚫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