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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치미 Dec 16. 2023

친구의 바람

일탈의 추한 단면


40대가 되어가니 주변의 이야기들이 변한다.


20대부터 시작한 우리의 인연. 진로와 취업, 그리고 연애와 결혼을 지나 육아와 일의 갈림길에 서있을 때에도 늘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웃고 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우리의 격차가 낯설 만큼 벌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그 남자하고 잤어, 사실”


처음엔 남편 아닌 다른 사람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그건 지금 네가 너무 힘들 때라서 그래, 잠시 마음이 흔들릴 때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괜찮아지는 시기가 온다며 우리는 화제를 계속해 돌렸다.


그렇지만 친구는 다시금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가 자기는 진짜 사랑이라고 자기의 편에서만 철저히 방어적으로 이야기하는 그 관계는 불륜이었고, 그녀는 그저 뉴스 가십 속에서 들려오던 그 상간녀에 불과했다. 상간녀를 이렇게 지척 간에서 보다니, 그게 내 친구라니. 기분이 묘했다.


그의 배우자에게 걸려 소송을 당하고,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에 걸리고 살도 다 빠졌다는 그녀의 사랑이야기는 불쾌하기까지 했다.


그녀의 가정은, 그리고 그 상대방의 가정은 아직 정리된 게 아니었다. 각자의 배우자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진정한 사랑이라면 헤어짐이 먼저가 아니냐고 했지만 우리 각자의 사정이 있어 이혼을 못 한 것이라며 자신은 1년 이내 이혼을 할 것이라 당당히 이야기한다.



문득 나의 예전 스쳐간 감정들이 떠올랐다.

나도 분명 배우자와 힘든 시기와 숨 쉬지 못할 만큼의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잠시 누군가에게 흔들리는 시간도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돌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노력이 없었다면 내가 맺는 모든 관계는 그냥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휘발되었을 것이다.



흔들려버리기로 결심한 그녀를 보니

내가 느꼈던 감정, 잠시나마 상상했던 다른 미래는 역시나 이렇게 추한 것이구나 하고 번뜩 정신이 든다.


한편으로, 우리의 인생에 이렇게 조금씩의 빗금이 가는구나. 친구이기에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함께 할 것이지만, 해피엔딩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친구가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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