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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치미 Mar 14. 2024

안녕히 잘 지내니

우리 오래도록 보는 사이가 되자


안녕?

안녕히 잘 지내고 있니.


나는 한구석이 허전하면서도

평안하고 잔잔한 하루들을 이어가고 있어.

사소하게 궁금한 것들이 많지만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마음속으로 세운 철칙이야.

너와 나, 그리고 우리 가족, 친구들 모두

안녕히 지내기 위해서.


친구라는 관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결혼을 하고도 변함없던

너와 나의 사이가 무척이나 좋았던 것 같아.

게다가 내 이름이 변해갈 때에도 너는 나를

20대 그때 부르던 이름으로 끊임없이 불러주었지.

그래서 나는 너와 대화를 하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어.

나를 지우고 투사처럼 살아가는 지금 전쟁과 같은 삶을 잠시 내려놓고, 알 수 없는 희망이 고민 자체였던 그 시절말이야.


그래서 너라는 존재 역시

그 어떤 사람보다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너를 오래도록 보고 싶어 졌어.

내 마음의 사심으로 이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이제 나는 너에게 어떤 안부도 묻지 않을 예정이야.

사적으로 궁금함을 묻는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이 다시 요동칠걸 알거든.


지난 몇 년간 두려웠던 시기는 많이 지나갔어.

나는 배우자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걸 지켜내는 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임을 알아.

그리고 너와의 관계를 단절해 내야만,

오래도록 너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너는 나만의 허상일지도 몰라.

나는 대화와 안식이 필요했는데, 그냥 그때의 네가 여전히 내 앞에 있어서 그 허상을 채워본 것일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묻고 싶을 때마다 글을 쓰기로 했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너도 더 이상 나를,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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