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수의 남녀가 한 공간에 모여 서로 짝을 찾아가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은 것 같다. 출연자들이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 호감을 표하는지 지켜보다 보면 굉장히 흥미롭게 몰입이 되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인상으로 어떤 사람에게 호감이 향하는지 판단되는 것 같다. 물론 천천히 시간을 가지며 성격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첫인상이 주는 느낌이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방송 시작과 함께 한 사람에게만 호감을 표시하면서 불도저처럼 직진하는 출연자들이 몇몇 있었다. 나는 돌직구로 표현하면서 직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작고 섬세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한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순간이라도 마음의 확신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방송을 보다 보면 한 번쯤은 내가 출연자라면 어떤 스탠스를 취했을까 상상하기도 한다.
나는 짧은 시간이라도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괜히 다른 사람이 얽히기 전에 빠꾸 없이 적극적인 직진의 호감표현을 하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마음을 열어가는 것도 좋지만, 괜히 여러 사람에게 여지를 두는 것처럼 보이는 거보다 한 사람에게만 확신을 가지는 게 무모해 보일지라도 우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달리 몇몇 사람들은 천천히 한 명씩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지나치게 신중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성격을 가진 출연자들은 비교적 자연스레 여러 사람들에게 여지를 남겨 두는 듯 보였다. 그런 태도의 출연자들이 그리 멋지진 않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워낙 훌륭한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내가 원하는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을 갖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직진으로 호감을 표시해도 상대방이 내게 관심 없거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정작 생각해 본 적 없는 상대가 내게 호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방송에서도 한 명에게만 적극적으로 표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한 사람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다른 사람을 선택하였다. 나는 최선을 다해도 마음이 닿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처음 마음이 갔던 사람을 끝까지 선택하지 않은 모습이 아쉬웠다.
마지막 방송이 끝난 후
결과적으로 예상과 다른 커플이 탄생되었다.
나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또 마음 한편에 무언가 불편한 마음이 생겼다.
마음의 확신을 미뤄두며 여러 사람에게 여지를 두었던 사람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대를 선택해서 연결된 커플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마음에 대해 괜한 의구심이 들었다.
마치 여러 사람에게 여지를 남기면서 차선이 될 수 있는 상대를 내 마음을 보호해 줄 보험을 남겨놓은 것 같았다.
사랑에 타이밍이 있다는 말처럼 어쩌면 사랑의 순위에도 번호표가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차선이었지만, 어떤 타이밍으로 인해 선택받을 기회가 온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차선의 선택이 될 상대방을 남겨두거나, 또 누군가에게 차선책의 대상이 되었을 순간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