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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빈 Sep 03. 2023

헌팅이 나쁜 건가요?


아 이런 헌팅이라니. 어감부터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그냥 합석정도라고나 할까? 실 가볍게 술 한잔 마시면서 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그저 가볍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단정 짓는 않는다.


젊은 청춘들에게는 합석할 수 있는 기회는 한 줄기 희망과 같다. 왜 돈도 많지 않은 20대 청춘들이 술 마시며 그렇게 돈을 쓸까? 보통 남자들의 물가는 국밥으로 환산된다. 헌팅포차에서 안주 한 개면 국밥 세 그릇이 뚝딱이다. 그만큼 술자리에서 낯선 이성과 나누는 대화가 신선한 것이다. 물가벼울 수 있지만 이 신선한 기회는 아주 소중하다.


연애를 주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이성들과 대화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나름 도움도 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20대 남자에게는 꼭 지나쳐가야 할 관문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과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용기도 내보고, 자신감도 얻고, 대화의 센스도 터득할 수 있는 좋은 실습 현장이 될 수 있다.


사실 처음 대화를 건네야 하는 남자의 입장은 항상 난감하고 어렵다. 그렇다면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진입장벽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렇다. 먼저 다가가야 하는 입장이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런 자리에는 보통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쟁에 밀려 한 테이블, 한 테이블씩 합석하는 것을 눈으로만 지켜보고 있다가는 모닝 국밥을 먹고 집에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 여자 입장에서는 한강공원에 돗자리만 펴고 앉아있으면 누군가 한 번쯤 말을 건네기는 할 거다. 그렇기에 먼저 다가가야 하는 남자에게는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하다. 말재주가 없으면 어렵게 다가가더라도 단칼에 거절당할 수 있다.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남자에게는 외모의 한계가 있어도 대화의 센스로 분위기를 바꿀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노력으로 무언가 돌파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처음에 나는 헌팅 체스 게임처럼 여겼다. 내가 체스 게임을 하듯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도 이 자리를 가볍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진심이었다. 이 포차라는 판에서 나는 한 마리의 말이다. 내가 한 칸밖에 전진하지 못하는 작은 말인지, 몇 칸씩 뛰어넘을 수 있는 말인지는 내 역량에 달려있다. 체스 게임은 킹을 잡아야 이기는 게임 아닌가? 그렇다. 비주얼을 담당하는 예쁜 친구가 아마 킹일 것이다. 퀸은 아마 그 옆에 허락을 담당하는 여왕벌친구(?)가 아닐까? 그의 허락을 얻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한 칸만 전진할 수 있는 작은 말들이 전진하면서 찰한다. 작은 말들은 서로 눈이 맞아 체스판에서 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전체적인 판이 쓱 훑어지고 나면 이 체스판에 어떤 말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좌표를 찍어 말을 이동한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제한시간이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움직이지 않으면 늦는다. 섣불리 말을 움직였다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지만, 강력한 비주얼 말들이 한 번에 많은 칸을 이동하며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게 말을 움직여야만 한다.


나는 잡스런 생각이 많아서 항상 늦는 편이다. 나도 모르게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일단 이왕이면 외모가 더 예쁜 이성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건 누구에게나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또 개연성 있는 상황의 멘트까지 생각하고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잘하려고 할수록 더 긴장하고 어려워질 뿐이다. 원래 헌팅포차에 뛰어드는 순간 생각을 너무 깊게 하면 안 된다. 어떤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볼지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가볍게 생각하고 무지성 플러팅 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하루만 재미있게 놀고 또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지만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속 한편에서는 나름 괜찮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하기도 한다. 헌팅술집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꼭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단지 술 마시며 누구나 마주할 수 있게 된 자리 때문에 마음이 더 가벼워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자리의 분위기에 따라 어떤 관계가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나와 결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만남의 장인가? 수많은 사람들 중 인연을 만나는 낭만의 장소가 될 수 있다.


결국 가벼운 사람끼리 만나는 술자리가 아니냐 할 수 있다. 사실 어느 정도 맞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진지한 관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고민을 해봤다. 가볍지 않은 관계를 만들려면 다른 전략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벼운 마음을 무겁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술자리에서 그런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원래 무게감은 어려움에서 온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가까워지기 어려운 자리일수록 다가가려는 마음은 진지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만약 자리라고 한다면 절대 헌팅으로 합석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의 감성술집으로 가야 된다. 마치 커플들이나 갈 것 같은 곳으로 말이다. 남들 누구나 합석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자리는 가볍다.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쉬우니 그 상대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가벼운 것이다.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게 어려울수록 마음은 더 무겁고 진지해진다.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만큼 더 쉽지 않은 무거움을 극복할 용기가 필요하다.


전혀 합석하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말을 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단한 방법은 없다. 그만큼 진심 어린 호감과 놓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스스로의 진심을 담을 수 있다. 아마 그런 마음이 아니라면 스스로 포기할 것이다. 합석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합석에 목적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진지한 관계를 생각하고 싶다면 불특정 다수의 상대를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 정말 다른 악의 없이 순수한 감정을 탑재해야 한다. 그러려면 누군가를 만나고자 하는 성급한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오늘 당장이 아니더라도 인연을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여유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최근 인기몰이는 하고 있는 덱스의 매력이 생각난다. 물론 외적인 매력도 멋지지만 '여유 있는 행동'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생각이 많은 모습은 조급해 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여유 있는 모습이 더 남자답게 느껴진다. 생각이 많고 섬세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그런 진지한 모습을 짧은 시간에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또 과한 표현과 플러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그 표현이 더 가볍게 느껴지고 쉬운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나의 내면을 알아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이더라도 이성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모두 다른 것 같지만 원칙은 일맥상통한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용기도 낼 수 있는 법이다. 또 용기 있는 사람은 행동으로 보인다. 그런 사람이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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