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20
존재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시작은 분명 엄마다. 우리 같은 젊은이들은 때로 삶의 의미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를 존재 자체로 의미있게 하는 것이 있다.
어떤 누군가의 엄마일 것이 분명한 아줌마가 그 엄마의 엄마에게 뭔가를 먹여드리고 싶은 그런 이유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가장 소중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오늘 같은 시대에 엄마는 그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는 나의 근원이다. 이 생각은 작가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책에서 표현을 빌린 것이다. '엄마는 내 존재의 한 점 씨앗을 발생시킨 곳이다.' 그렇기에 이 감정은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언어들이 '엄마'와 유사한 소리의 단어를 엄마에게 부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우리가 가장 처음 접하는 대상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가들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그들이 부른 것은 결국 엄마였기 때문에 그 아가들의 옹알거리는 발음이 엄마의 단어로 결정된다. 그것이 엄마다.
산다는 건 엄마로 부터 나와 엄마가 되어 엄마로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는 생각.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이 자연의 섭리가 때로는 깨어지고, 부서지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 남은 여생을 가장 의미있게 보내는 것은 모든 이들이 엄마를 온전히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라는 이름을 생각할 수록 먹먹해진 뭔가가 있다. 그걸 말로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다. 엄마의 품 안에 가만히 앉겨 낮잠을 자고 싶어서인지 커져버린 내 몸둥아리가 더욱 아쉽다.
뜬금없이 엄마에 관해 묵상을 하게 된 것은 이 노래 때문이다.
바람에 실려
- 신나는 섬
바람이 부는 오후
햇살에 그을린 주근깨 얼굴
집으로 가는 아이들과
손 흔들던 그 길가에
흘러온 음악소리는
네 눈 속 세상보다도
더 넓은 세상이 있다고
바람도 다 알 수 없는
불어오던 나를 꿈꾸게 하던
지나왔던 세상 모든 바람은
잠든 아가 머리맡에 후 불어 준
엄마의 엄마의 엄마 품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