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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음 Aug 11. 2024

'엄마'라는 말

2020.6.20

존재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시작은 분명 엄마다. 우리 같은 젊은이들은 때로 삶의 의미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를 존재 자체로 의미있게 하는 것이 있다.



서초동 한 놀이터에서

어떤 누군가의 엄마일 것이 분명한 아줌마가 그 엄마의 엄마에게 뭔가를 먹여드리고 싶은 그런 이유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가장 소중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오늘 같은 시대에 엄마는 그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는 나의 근원이다. 이 생각은 작가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책에서 표현을 빌린 것이다. '엄마는 내 존재의 한 점 씨앗을 발생시킨 곳이다.' 그렇기에 이 감정은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언어들이 '엄마'와 유사한 소리의 단어를 엄마에게 부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우리가 가장 처음 접하는 대상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가들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그들이 부른 것은 결국 엄마였기 때문에 그 아가들의 옹알거리는 발음이 엄마의 단어로 결정된다. 그것이 엄마다.


산다는 건 엄마로 부터 나와 엄마가 되어 엄마로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는 생각.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이 자연의 섭리가 때로는 깨어지고, 부서지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 남은 여생을 가장 의미있게 보내는 것은 모든 이들이 엄마를 온전히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라는 이름을 생각할 수록 먹먹해진 뭔가가 있다. 그걸 말로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다. 엄마의 품 안에 가만히 앉겨 낮잠을 자고 싶어서인지 커져버린 내 몸둥아리가 더욱 아쉽다.


뜬금없이 엄마에 관해 묵상을 하게 된 것은 이 노래 때문이다.







바람에 실려

- 신나는 섬


바람이 부는 오후

햇살에 그을린 주근깨 얼굴

집으로 가는 아이들과

손 흔들던 그 길가에

흘러온 음악소리는

네 눈 속 세상보다도

더 넓은 세상이 있다고

바람도 다 알 수 없는


불어오던 나를 꿈꾸게 하던

지나왔던 세상 모든 바람은

잠든 아가 머리맡에 후 불어 준

엄마의 엄마의 엄마 품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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