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놀이공원

꿈과 희망의 나라

by 슬기

둘째를 낳고 한달 조금 넘은 오늘, 너와 처음으로 놀이동산에를 갔다.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네가 얼마나 즐거워 할지 상상하며 오래동안 갈일 없었던 놀이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나도 마음이 들떴단다. 이 넓디 넓은 놀이공원이 정말 너의 눈엔 꿈과 희망의 동화속 나라로 보일까 궁금해하며 너의 표정을 살피고 부지런히 사진 속에 담았다.


손도 열심히 흔들어주고 나름대로 큰 소리치지 않고 무사히 넘긴 알찬 하루 였는데, 기어코 12시가 넘어가기 전 또다시 너에게 날 것의 감정을 쏟아내었다. 하루 종일 열심히 놀아준 너는 돌아오는 차에서 바로 잠들었는데 저녁 8시쯤에서야 애매하게 잠에서 깨서는 12시가 되도록 무섭다, 잠이 오지 않는다며 피곤에 지친 나를 깨우는 통에 벌어진 일이었다.


너무 피곤하면 잠이 오지 않는 법인데, 너의 반응이 궁금해 유령의 집도 데려가 놓고선 밤이 무섭다는 너에게 이리도 짜증을 내다니. 가끔 아니 종종 ‘엄마’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나의 날 것의 모습들을 마주할 때마다 정말이지 당혹스럽다. 나를 향한 절대적인 너의 사랑을 볼모로 꼭 행패를 부리는 모양세다. 마구잡이로 짜증을 내는 내 뒷통수에 “ 잘못했습니다 엄마, 다음부터 안그럴게요” 라고 속삭이는 네 목소리가 들리고 그제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자책하며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가는 지금, 너는 잠결에 일어나 나보고 물을 떠오란다.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가셨다. 내가 제공한 수많은 서비스로 퉁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만 엄마도 반성을 마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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