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연이 Jun 23. 2023

글을 계속 쓸 수밖에 없는 이유

능력은 되고?

아름답고 뛰어난 책을 읽으면 주눅이 든다.

나 같은 사람이 글을 써도 되나 싶다.

담백한 글을 쓰고 싶다가도 하찮은 것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글을 보면 한없이 부럽다.

하지만 능력 부족이다.

나의 생각을 담백하게 풀어내는 것도 풍부한 언어로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도 어렵다.


마흔이 넘으면 통찰력이 깊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유독 천천히 성장하는 사람 같다.

어린 시절에는 다른 사람 눈치를 살피며 귀엽지도 해맑지도 않은 애어른 같았다면, 지금은 철이 들려다만 아이 같다.


하기 싫은 일은 어떻게 해서든 미루고 미루다 벼랑 끝에 서서야 시작하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나만의 시간을 쏙쏙 찾아 먹는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보다 책 읽고 운동하는 시간이 우선일 때도 많다.

이기적인 선택을 했으면 당당하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죄책감을 한가득 떠안고 좌불안석이다.


혼자 여행을 갔을 때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남편이 아이를 잘 돌보고 있었다면 마음이 놓였을 텐데,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술 파티를 벌이는 와중에 아이까지 챙기기는 힘들지.

뻔히 알면서도 여행을 갔다.

나만 생각하며.








불안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하고 싶은 것은 한다.

이기적인 엄마라는 말을 듣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보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먼저다.

가까운 미래에는 아이들과의 시간을 그리워할 것을 알면서도.


글을 쓰는 것도 나만을 위한 일이다.

물론, 글을 쓰며 마음의 불안이 사그라들어 너그러워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당장은 가족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나만의 쾌락을 위한 일이다.


내가 살기 위해 글을 쓰지만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 일인지.


마침 임경선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난 뒤라 더 자신감과 확신이 없어졌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에서 작가는 “자기 안에 뭔가 쓰고 싶은 것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타인과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쓸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내 안에는 쓰고 싶은 것이 많이 있을까?

처음 글을 쓸 땐 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범람하는 생각들을 솎아내야 했는데.

지금은 사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쓰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그렇다고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악플도 두렵고 무관심도 힘들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다.

꼭 작가가 돼야지! 라기보단 글을 쓰며 나를 알아가고 싶고, 평생 함께 해야 할 반려 감정인 외로움을 삐죽삐죽 튀어나오지 않게 달래주고 싶다.

글을 쓰며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지각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정체성도 가치관도 뚜렷하지 않지만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하루가 아닌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다름을 알기 위해 글을 쓴다.


재능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들지만, 일단은 꾸준히 해보고 싶다.

꾸준히 해 봐서 안 되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늦지 않다.

글을 쓰는 동안 아마도 나는 조금씩 성장해 갈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꾸역꾸역 글을 쓴다.

글쓰기 루틴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일단 그냥 계속 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