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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살이v Feb 02. 2023

아바타 2 - 물의 길

동양과 서양의 관점 차이

 아바타 2 (부제: 물의 길) 이 국내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전부터 리뷰를 써 볼까 하다가도 크게 관심을 받은 작품이라 다양한 분들의 다채로운 분석이 있어서 조금 머뭇거려졌다. 이미 다 알려진 부분이 많지만, 난 이 영화를 보고 동양과 서양의 관점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여기 관해 짧게나마 써보겠다.


 이 영화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임스 캐머룬 감독이 거대한 예산 (약 4억 달러)을 들여 작정하고 만든 시리즈 작품 중 하나이다. 제임스 캐머룬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할리우드 흥행작 쌍벽을 이룰 만큼 상업 영화의 거장이다. 대표적인 영화가 97년에 나온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람보 2] 등이 있다. 감독에 따르면 이미 90년도에 아바타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었으나 당시의 CG 기술의 한계로 미루어 왔다고 한다. 아바타 1편이 엄청난 흥행을 거두어 곧 시리즈물 제작에 들어갔으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치는 와중에 개봉이 늦추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덕분에 CG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는 얘기. 사용한 데이터 규모만 해도 전편의 20배에 달할 만큼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밀하게 표현해 냈다고 한다. 192분의 다소 긴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판도라 행성의 넓고 깊은 바다의 세계로 '체험'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루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스토리 전개에서는 전반적으로 전편보다 훨씬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현실과 아바타의 세계를 오가면서 토루크막토가 되어 자연과 인간의 대결 구조로 펼쳐지는 1편과 달리 2편은 영화 대부분 아바타의 세계만 나온다. 1편 마지막에서 설리가 아바타로 다시 태어나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지만, 여러 시공간을 오가는 재미가 없어졌다는 점은 극 중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고 본다. 

 또 한 가지 한계점은 아바타로 배역만 바뀌고 CG만 많이 동원되었다 뿐이지 이전에 어디선가 보아 왔다는 인상이 계속 들었다. 케빈 코스트너 감독 & 주연의 [늑대와 춤을]을 기본 모티브로 삼은 것 같고, 중간중간 액션신은 터미네이터 2에서 액체인간 (T1000)과 우리 아놀드형과의 용광로 씬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뒤집어진 배에서 아바타들이 숨을 참고 여기저기 건너가는 장면은 저절로 침몰한 배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윈슬릿이 생각났다. 뭐 거기까지야 감독이 워낙 바다 덕후에다가 본인 작품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을 거라 예상되지만, 흥행의 귀재여서인지 아니면 투입된 예산 때문에 올라간 손익분기점 때문인지 내내 틀에 박힌 전개라 오히려 참신함이 떨어졌다.


 결정적으로 내가 문제 삼고 싶은 장면이 있다. 제이크설리가 자신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본인이 트루크막토가 된 숲의 아바타 종족을 버리고 바다의 아바타 종족을 향해 떠나는 장면이다. 아내와 말다툼 끝에 갑자기 후임자에게 종족의 리더 자리를 물려주고 황급히 짐을 싸서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극 중 대부분의 장면이 바다의 종족과 교류하고 적응해 가는 과정에 할애가 되어 있는데, 애초 자신의 종족을 버리고 가족만 생각한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1편에서도 자주 부각되었지만, 판도라 행성 성과 큰 나무, 그리고 거기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아바타의 전반적인 주제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여러 복선으로 키리가 전 죽은 연구원의 딸 혹은 환생을 비추고 있다는 말은 곧 너와 내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순환적으로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인데, 숲의 종족은 몰살당하든 말든 우리 가족만 살면 된다(?)는 부분이 너무 서구적인 관점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전체 주제와도 상충되었다. 


 두 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치 디즈니영화를 보듯, 분명한 선과 악의 캐릭터가 나뉘어서 변동의 여지가 없다.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주인공 제이크설리도 충분히 아바타족에서는 배신자일 수 있으며, 마일즈 쿼리치 대령 역시 군인의 관점에서 보면 본분에 충실한 사람일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면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가 각광받고 있는 중에 전형적인 선-악 이분법적인 단순한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동양적인 관점을 추구하는 서구인이라는 한계가 보였다. 


 흔히 현대 학문을 보면 분류학 (taxonomy)가 발달되어 있고, 무언가 부서와 체계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전문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자연계의 본질에 가까이 갈수록 이 모든 게 서로 얽혀 있고 순환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최근 의학에서는 뇌-장 축 (Brain - Gut axis)가 각광받고 있다. 장내 미생물균총 (microbiome)이 세로토닌계와 관련되어 있고, 섭식장애뿐 아니라 우울감과 같은 이전 뇌에 국한된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이전 존레이티의 <운동화 신은 뇌 (Spark)>에서도 언급되지만, 뇌는 딱딱한 두개골 내에 국한된 게 아니라 손끝 발끝까지 촉수를 뻗은 신체의 모든 감각 운동 기관이 뇌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뇌를 발달시키려면 단순히 시각을 통한 감각뿐 아니라 오감을 이용한 능동적인 체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동양에서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만물이 순환하며, 오장육부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의 해부학의 근간이 된 베살리우스는 신체를 철저하게 나누어 기록하고 분석했다는 점에서 해부학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하지만,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죽은 자의 몸에 대한 정보다. '동의보감' 에서는 신체가 머금고 있는 대변과 소변까지 신체의 일부로 봐서 산 자의 몸에 대한 탐구를 기록했다고 한다. 건강에 관해 논의하려면 해부적인 지식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더불어 온몸을 순환하고 있는 혈액과 체액에 대한 탐구도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록하여야 고증이 가능하여 시대를 초월하여 계승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과학의 기점으로 꼽히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살펴보아도 만물이 단절되어 있다기보다는 시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전 절대적인 시공간에 대한 통념을 깨는 방향으로 과학이 진화하고 있다.  어쩌면 뉴턴이 말했던 절대적 공간이 아인슈타인에 의해 보기 좋게 뒤집어졌듯이, 또한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듯이 과거-현재-미래 역시 엔트로피가 증가하기만 한다는 열역학 법칙도 뒤집어질지 모르겠다.  학문적으로는 확실히 점점 동양 철학자들이 이전부터 말해온 순환론적 관점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컨택트, 2017 arrival]에서 외계인들이 쓰던 문자체계가 인상 깊었다. 시작과 끝이 서로 맞닿아 있어서 원 모양의 글자를 썼으며, 여기엔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들어있어 이를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자연계에서는 항상 모든 게 변화하고 순환한다. 낮의 길이가 극에 달하자마자 곧바로 다음날부터 짧아지기 시작한다는 면에서 '하지 (夏至)'는 참 잘 지은 이름이다. 죽음과 탄생이 별개가 아니라 어쩌면 서로 맞닿아있는 것일지 모른다. 


 무지개 색깔이 어디 7개뿐이랴. 하지만, 부서를 나누고 분류하고 체계를 잡아야 전문적이라고 보는 것이 어찌 보면 모든 부문에 걸쳐 서양에서 건너온 학문이라 생긴 편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바타에서도 감독이 좀 더 동양 철학의 순환론적 관점을 이해하고 영화를 만든다면 화려한 볼거리 외에도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걸작이 될 것이다. 추후 5편까지 제작한다고 하니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바다.


작가의 이전글 김영하 [작별인사]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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