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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살이v Aug 09. 2023

김정운 [창조적 시선]

시간에 대한 생각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김정운 [창조적 시선]을 책을 보게 되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지만, 워낙 글과 강연을 재밌게 하시는 분이라 주저 없이 펼쳐보았다. 아이들의 집중력에 한계가 있는 관계로 제한된 시간 동안 선택적으로 발췌독을 해야만 했다. 목차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시간에 대한 내용이었다.


 먼저 열차의 '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찻길은 협궤, 광궤, 표준궤 등 크게 3가지 정도로 분류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물자 수송을 목적으로 한반도에 철도를 깔았을까 아니면 그들이 항상 주장하듯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철도를 놓았는지는 어떤 궤를 사용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평소에 무관심하게 보던 철도에 대해 기차 발명의 초창기 역사와 함께 흥미로운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24시간제가 바로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철도의 발달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대략의 시간관념은 있었겠지만, 24시간제와 60진법으로 이루어진 현대의 오전/오후 시간 개념은 비교적 근대에 와서 정립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처음에 철도가 만들어지고 기차가 다니기 시작할 때는 오전 열차, 오후 열차 밖에 없었다고 한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하루 종일 철도에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는데, 오전에 오기로 한 열차가 오후에 오기도 하고 (시차 문제) 뚜렷한 시/분/초 개념이 없던 때라 여기에 대해 통일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인류 최고의 과학자로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도 특허원에서 시차가 달라서 생기는 오해(?) 때문에 상대성이론에 저절로 관심이 생겼다고 하니, 하나의 기술은 또 다른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체계화된 시간의 출현이 앞서 발전이라곤 했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 현대인이 겪는 상당수의 문제가 바로 이 '시간' 때문에 생겼다고 한다. 평소 시간에 강박증이 있던 나로서는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학생 때부터 등교 시간에 맞추어 지각하지 않게 스스로를 채찍질하였고,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그리고 시험 문제 풀 때는 촉박한 시험 시간에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직장인 대부분 러시 아워로 일컬어지는 출근 시간과 업무 마감 시간 등 상당수의 현대 스트레스가 바로 시간관념에 집착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시간에 대해 내려놓을 수 있다면, 많은 심리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고 보니, 세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 국민들은 대부분 시간관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신선한 관점 중 하나는 비만, 당뇨, 고혈압과 같은 현대인의 성인병 대부분 역시 이런 '24시간제'의 발명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다. 언뜻 생각해 보면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저자의 말이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이유인즉슨, 시계의 발명 이전에는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잤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배고프지 않아도 먹으며, 정해진 '시간'에 졸리지 않아도 자야 한다. 생리적으로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상태가 어찌 보면 다분히 관념적인 24시간에 맞추어 이루어진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 신체도 태양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에 맞게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를 해 왔을 것이다. 아침해가 몇 시에 뜨는지 상관없이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잠들고 식사를 하고 있다. 전깃불까지 켜가면서 말이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불필요한 식습관, 수면습관이 생기고 따라서 성인병으로 연결된다는 가설이다. 일부 거절하기 힘들 만큼 맞는 말이긴 하다. 


 현대인은 대부분 저마다 손목시계라는 수갑을 차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시간의 노예가 되어 시계를 쳐다보며 움직인다. 좀 더 내 몸의 자연스러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시간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갖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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