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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살이v Aug 16. 2023

[오펜하이머]를 보고 나서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어제 영화 [오펜하이머, Oppenheimer]가 개봉했다. 이미 북미에서는 7월 말에 개봉하여 성공적인 개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영화라 기대가 컸다. 한국에서는 8월 15일 광복절인 휴일에 개봉하는 것과 동시에, 일본에 원자 폭탄이 떨어진 뒷얘기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지라 더욱 기대가 컸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영화도 개봉하자마자 인기가 많은 듯했다. 이른 시간대인 조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예약 앱을 켜는 순간 빈자리가 거의 남지 않았다. 누군가가 취소하여 생긴 운 좋은 자리를 겨우 하나 예매할 수 있었다.


 영화는 대부분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주연 킬리안 머피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이 되며, 청문회 과정과 더불어 과거를 회상하는 교차 편집 형태로 보여주었다. 그가 과거 대학원생 때부터 핵무기 개발이라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맡게 되는 과정까지 개인사와 더불어 상세하게 묘사된다. 특히 스트로스 (Strauss)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시점에서 보여주는 회상 장면은 영화 내내 흑백으로 나타내어 시점의 변화를 구분 지었다. 맷 데이먼, 라미 멀렉, 플로런스 퓨, 에밀리 블런트, 조쉬 하넷, 개리 올드먼 등과 같은 길야성 같은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하여 중간중간 놀라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배역의 깊이를 더했다. 이와 더불어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리처드 파인만, 에드워드 텔러, 하이젠베르크 와 같은 물리 책에서만 보던 이들이 실물과 거의 비슷한 분장을 한 채 스크린에 나타나 평소 물리학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더욱 흥미를 돋우어 주었다.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양자 역학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처음으로 원자핵 실험에 성공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실제 작은 모형을 터뜨려서 촬영했다고 하니, 탐 크루즈와 마찬가지로 아날로그 감성을 중시하는 감독의 성향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3시간에 걸친 긴 러닝타임 대부분은 과거 오펜하이머의 공산당 후원 이력을 문제 삼아 스파이 혐의를 받아 진행되는 청문회가 차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인물 이름이 나오는 질의응답이 계속된다. 낯선 해외 인물 이름이 쏟아지는 바람에 한 번에 질문을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중간중간에 나가는 관객들도 보였다. 아마 나뿐 아니라 다른 관객들도 많이들 지루해하는 듯했다. 감독의 추천과 달리 이 영화를 굳이 꼭 대형 스크린에서만 봐야 하는 지도 의문이 들었다. 유일한 액션씬(?)이라고 볼 수 있는 원폭 실험 과정과 중간중간 갑자기 등장하는 베드신 외에는 국내 팬들이 집중을 하기에 다소 어렵지 않나 싶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국내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전 작품인 [인터스텔라], [배트맨], [인셉션] 등은 다소 어려운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보다 특히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어 명성을 얻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가 말한 바와 같이  그는 단순 일편적인 캐릭터보다 복잡하고 결점을 가진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최대한 스크린에 담고자 하였으며, 여러 시점의 변화와 복잡하지만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스토리 전개로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나 싶다.


 나는 인류 최초 달착륙을 담은 영화 [더 퍼스트맨]에서 주인공의 내면 묘사를 치밀하게 표현하여 큰 울림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국내 팬들의 영화 후기는 '지루하다'는 평가와 함께 좋지 못했다. 내가 아는 한국인들의 '단짠단짠' 성향을 고려한다면, 이번 영화 역시 국내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 감독의 영화도  '놀랄만한 (Surprising)' 영화가 될지, '논란 많은 (controversial)' 영화가 될지는 추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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