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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Jul 23. 2024

42. 나에게 목표를 이루는 큰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콜롬비아 | 목표한 일을 반드시 실행하게 만드는 마법

사실, 내가 죽다 살아나서 한국으로 돌아갈까 계속 여행을 할까 고민할 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데에는 작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때는 2014년 1월.

2014년은 나에게 조금 특별한 해였다. 전역을 6개월 남겨두고 있었다.

전역을 앞둔 장교들은 이 맘 때쯤이면 슬슬 취업준비를 시작한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장교 특채가 있었고, 또 어떤 기업들은 장교 출신이라는 점이 가산점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전역 후 1년이라는 시기가 가장 취업에 유리한 시기란 걸 모두가 알고 있었으리라.


요즘 뭐 하냐고 동기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자격증 공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퇴근 후에, 주말에, 당직을 서지 않는 날엔 토익을 공부하고 기사자격증을 공부하고, 각자 전공을 살린 자격증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전역 준비를 잘하고 있냐고 물어왔었다.

내 동기들이 물었고, 부대에 선배들이 물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네 전역준비 잘하고 있어요. 책도 많이 읽고,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요."

그러면 그들은 질문을 바꿔 나에게 다시 물어온다.


 "전역하고 뭐 할 건데?"

 "저 세계일주 하려고요."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놀라는 부류와, 할 수 있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부류.


남들이 취업준비를 한다고 자격증을 따고 영어 점수를 딸 때 나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책을 읽고, 카메라를 사서 시장이나 공원 등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다녔다.


나는 서른 살 전에 세계일주를 하고 올 것이라는 꿈이 있었기에.

(어쩌다 세계일주를 하게 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이야기는 조금 더 나중에 해보도록 하겠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했다.


어찌 되었건,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전역 후에 세계일주를 할 것이라는 것을.




사람인 이상, 불안함이 없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남들보다 더 불안함이 컸다.

아무리 내 목표와 꿈이 뚜렷하더라도, 세계일주를 하고 왔을 때의 내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본보기 삼으려 해도 그렇게 흔히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여행 준비를 위해 책을 읽고, 사진을 찍다 보면 문뜩문뜩 불안함이 엄습해오곤 했다.

취업하기 가장 좋은 시기.

내 동기들은 다 이 시기를 잘 살리기 위해, 전역 후 바로 다음 스텝을 위해 취업을 준비한다.

그런 시기에 나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어학연수나 짧게 여행을 준비하는 동기들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다잡아주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지인들이었다.


이미 온 동네방네 나의 전역 후 계획을 떠벌리고 다녔다.

(하지만 부모님에게만은 알리지 않았다. 가지 말라 할까 봐..ㅎ)

(이 자릴 빌려 늦게 '통보'드려 죄송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안부를 물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준비상태를 물어왔다.


 "여행 준비는 잘 돼 가나?"

 "제일 먼저 어디 가는데?"

 "얼마나 갔다 오려고?"

 "언제 출발하는데?"

주변에 뱉어놓은 말이 있으니 이젠 물릴 수도 없었다.

그리고 비행기 티켓을 끊음으로써 더 이상 나의 고민은 '갈까? 말까?'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을 할까?'가 되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국경 근처 호텔방을 잡고 벽만 보고 멍하니 있던 두 시간.

외로움과 단절.

그러다 문뜩 떠올린 또 다른 핸드폰의 존재.

기대와 희열.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이어진 그들과 나의 세계.

안도와 기쁨.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기운이 난다.

멈추었던 사고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계획을 고민했다.


계속 나아갈 것인가. 그만두고 돌아갈 것인가.

하지만 만약 돌아간다면, 그다음은?

취업준비? 아님 재정비 후 다시 여행을 떠나나?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았다.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쪽팔렸다.

호기롭게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겨우 중미 좀 돌고 남미 첫 나라에서 다 털리고 귀국이라니.


아마 그대로 돌아갔다 하더라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진 않을 것이다.

감히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여행에 실패도 성공도 없지만,

그럼에도 실패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게 싫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꼭 이뤄야 할 목표가 있을 땐 주변인들에게 알리곤 한다.

그러면 내 마음이 약해질 때 즈음, 누군가는 물어온다.

가끔은 그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포함해서 그들의 관심과 말 한마디는 



나에겐 목표를 이루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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