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 각종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던 대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월급을 두둑이 받는 곳. 먹고 싶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거 사고 쓰고 싶은 만큼 써도 될 만큼 많은 돈을 받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비싼 외제차는 기본이며 좋은 아파트에 살며 여유 있는 삶을 사는 모습.
물론, 저렇게 사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연봉 2억, 3억씩 받는 그런 분들이요. 아주 극소수겠죠.
또는, 금수저나.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압니다. 아무리 연봉이 올라도 충분치 않다는 것을요. 요즘 집 값이 서울에는 기본 8,9억은 하니 그걸 월급 받아 생활하며 사려면 허리띠 졸라매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요.
위에 써 놓은 한 마디는 저의 아내의 입을 통해 나온 말입니다. 아내는 회사라는 조직을 경험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백치미가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퇴사 후 시간 빌게이츠가 된 저는 아내가 쉬는 날이면 커피를 마시러 간혹 서울 중심가로 가기도 합니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한산한 지하철을 타고 예전 저의 직장 근처로 가기고 하고 큰 건물들이 즐비한 중심가도 가봅니다.
길거리에는 일명 개목걸이(?)라 불리는 회사목줄을 목에 두른 수많은 직장인들이 보입니다. 담배를 피는 사람, 커피를 손에 들고 걸어가는 사람, 카페에서 일 얘기를 하는 사람 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치 그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저와 아내를 보며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제 저도 회사원을 완벽히 벗어난 거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직장생활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아내는 저들, 특히나 여성 직장인들의 회사생활을 굉장히 궁금해합니다. 너무 멋있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하면서요.
일전에 발행했던 글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바로 아래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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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홀짝이다 지나가는 한 무리의 직장인을 보며 그녀가 한 마디 던집니다.
대기업 다니면 월급도 많이 받겠지?
응, 아무래도 중소나 중견보다야 많이 받지.
그럼 어마어마하게 받겠네? 삼성 이런 데 다니면 기본 월급 천 만원씩은 다들 받을 거 아냐.
음...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햇살 좋은 날 카페 야외자리에 앉아서 각종 통계를 검색해 보여주고 다녔던 회사에서의 급여 수준, 그리고 우연치 않게 알게 된 예정 중견기업 임원의 연봉을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월급 천만 원을 받는 사람은 정말 너~~~~ 무나도 극소수이고 그 돈을 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도. 그리고 실제 삼성을 다녔던, 지금은 미국으로 이민 간 사촌형의 한 마디도 들려주었고요.
야근하라는 소리는 잘 안해. 하지만 야근을 할 수 밖에 없게끔, 주말에 출근해서 일할 수 밖에 없게끔 일을 주더라. - 미국이민 간 전 삼성맨 사촌형 왈.
원래 받는 스트레스에 비례해서 연봉은 오르게 마련이야. 주니어 시절은 연봉은 낮은 대신 시니어보다는 적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 아무래도 일이 많아지는 것도 있고.
그럼 여보는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철야에 주말출근에,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며 일을 많이 했는데 월급 천만 원이 왜 안됐어?
그건.. 음...(뜻밖의 팩트폭행에 순간 뜨끔) 내가 능력이 모자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내는 대기업을 다니면 기본 천만 원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부장급으로 올라가면 천 오백에서 이 천만 원 정도는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답니다. 대기업을 다니는 똑똑한 사람들은 엄청난(?) 월급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이제는 현실을 알려주었으니 회사목줄을 두르고 커피를 들고 지나가는 직장인들에 대한 부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었길 바라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해외에서 출발하는 물품의 딜리버리가 많이 지연되자 고객사에서 엄청난 욕을 먹고 나온 후 저에게 해주었던 저 말. 글로벌 이슈로 회사차원에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며, 고객사도 그것을 인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 하더군요.
네가 받는 연봉엔 듣는 욕도 포함된 금액이다.
예전 제 회사의 상사였던 분이 저에게 했던 소리입니다.
아놔, 그러면 제 연봉은 몇 억은 되어야겠네요. 요즘 욕 많이 먹고 있는데. 우리 문제도 아닌 걸로. - 빡친 X과장의 한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