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번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너빈 Sep 29. 2024

이혼하면 내 연금도 나눠준다고?

가성비의 5년, 약속의 10년.


이건 뭐, 결혼생각이 있던 사람도 접을 판입니다. 저는 결혼 찬양론자입니다.


치솟는 이혼율. 결혼하지 않는 젊은 세대. 아이를 낳지 않는 요즘. SNS며 TV며 켜기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일반인과 연예인들 부부의 모습. 연예인들의 삶에는 크게 관심 없습니다. 그들이 현금으로 백억짜리 집을 사건. 결혼을 하건. 헤어지건. 사기를 당하건. 관심 없어요. 일반인들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니까요. 더 큰 문제는 일반인들의 모습들이 나온다는 거라 생각합니다.


유독 이혼 관련 프로들이 많이, 그리고 자주 보입니다. 이혼숙려캠프. 결혼지옥. 이혼할 결심 등. 이건 나라 전체적으로 결혼하지 마라고 선동하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한편에선 각종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의 휘향 찬란한 럭셔리 라이프를 보여줍니다.


저 사람처럼 저 정도에서는 시작해야지.

저런 사람이 나의 배우자가 되면 어쩌나.

결혼하고 변했다고 하던데, 내가 선택한 사람도 결혼 후 변하면 어쩌나.

이혼변호사가 이런 건 나중(이혼 시)을 위해 하지 말라고 하니 조심해야겠다.

결혼 몇 년 후에 재산분할이 이 정도이니 이혼하더라도 이만큼은 채우고 해야겠다.

등등.


이미 결혼식도 올리기 전인데, 청혼도 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연애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결혼 후의 인생과 이혼까지 고려한 계산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습니다. 흡사 헬스와 비슷한 상황. 넘쳐나는 정보에 정작 몸으로 실행해보지 않고 방구석에 앉아서 '이건 이렇게 해야 해. 이건 조심해야 해. 이 부분은 이렇게 해야 돼.' 따위의 온갖 이론과 계산들머릿속이 조금씩 나도 모르게 채워니다.


인생은 대체로 계산대로, 생각한 대로,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수십억의 사람들이 있고, 사람마다 모두 성격이 다르고 성향이 다릅니다. 나와 정말 잘 맞을 거 같았던 그 사람과 어느 사소한 문제로 헤어지기도 하고,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백년가약을 맺기도 하죠. 주변에 그런 케이스 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흔하진 않겠지만, 여기저기 통해서 말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무튼, 각종 매체에 의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러한 것들로 인해 점점 결혼에 대한 포비아적 현상이 나타나는 거 같습니다. 연예인들의 럭셔리한 라이프를 보며 그러한 결혼생활을 꿈꿉니다. 이혼프로그램을 보며 저렇게 될까 싶은 두려움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습니다. 특히나 결혼 자체에 대한 허들은 점점 높아져만 가는 거 같습니다. 독일 3사의 자동차는 기본일 거 같고, 국민평수의 신축아파트도 기본인 거 같고. 점점 배우자와의 인간적인 끈끈함 대신, 물질적인 끈끈함이 더 중요해져만 갑니다.


'가성비의 5년, 약속의 10년'

들어보셨나요? 인터넷상에 밈처럼 돌던 말인데, 사실여부를 떠나서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이혼 관련 글들에 보면 전부 다는 아니지만, 결혼 5년 차에 이혼을 요구한다는 글들이 종종 보이다 보니 이러한 웃지 못할 말이 만들어졌습니다.



각종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매체에 나와 이혼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너무나 친절하게 자세히 알려줍니다. 마치 수학계산을 하듯, 민사소송에 대한 계산을 하듯이. 관심 없던 사람도 '어? 나도 계산 한 번 해봐?'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아요. 일종의 가스라이팅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아주 조금씩 시나브로 젖어들게 되는 것이죠.


이혼 관련 콘텐츠를 보며, 저런 일이 나라고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이혼전문 변호사들의 말을 들으며, 이혼상황을 예상한 행동기반 설정.


결혼 전 계약서를 쓰거나, 결혼 전 행동강령, 이혼 시 어떻게 할지 등을 미리 작성하는 신혼부부들도 있답니다. 전 아직 보진 못했는데 그렇게 하는 부부들이 실제로 있다는군요. 이혼이라는 상황을 바닥에 깔고 시작하는 결혼생활. 그 생활이 정상적으로 흘러가겠습니까.


물론, 이혼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요즘세상에 이혼은 그리 큰 딱지가 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책임감의 부여정도는 결혼이라는 자체가 훨씬 크겠지만 마치 연애의 연장선 마냥 사랑해서 결혼하고 그렇게 같이 살다 너무나 안 맞아서 삶이 괴롭다면 이혼하면 그만입니다. 저희 부모님도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이혼 하셨습니다. 그 자체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었어요.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빠른 나이에 이성을 알게 되고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어찌 보면 결혼과 이혼에 대한 것이 과거처럼 엄청난 이벤트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저처럼요. 티브이에도 돌싱들이 당당히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아이 때문에 이혼하기가 꺼려진다는 얘기들. 솔직히 그게 더 안 좋을 수 있어요.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다가도 아이 때문에 참는다 하는 부부들. 오히려 그게 더 안 좋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을까요. 아무리 감추려 해도 다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모르겠지? 절대 아닙니다. 다 압니다. 그렇게 굳이 붙어살며, 때로는 다투며 냉랭해지는 집안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눈치를 보게 됩니다. 과거의 저처럼요. 괜히 다투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느니 빠른 이혼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좋게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너무나 좋은 것입니다. 저도 결혼 10년 차인데요. 다른 건 차치하고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좋습니다. 그것이 무어냐. 심심하지 않아요. 20대 때 독립해서 혼자 살다 30대 중반에 결혼을 했습니다. 혼자 살면 너무 편하고 좋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요. 그러나 혼자 사는 생활이 길어지면 그 인생 고독합니다. 나이 들면 친구들도 점점 만나기 힘들어져요. 각자 가정이 있으니까요. 영화라도 한 편 볼라치면 혼자 가야 합니다. 혼밥, 혼술, 혼삼겹살 이런 거 잘하시면 상관없지만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나을 때가 훨씬 더 많거든요.


다만, 아주 단기적인 단점 하나를 꼽자면 이것이 있겠네요. 아주 단기적인 단점입니다. 결혼 초 짧으면 며칠에서 길어봐야 2,3주면 없어지는 단점 이긴 합니다.


여친이(아내가) 본인 집을 안 갑니다.

결혼하면 처음엔 당황스럽습니다. 혼자 살던 시절, 일요일 저녁이 되면 여친(현 와이프)은 으레 집으로 갔고, 그렇게 주말의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썼는데 신혼여행 다녀오고 나니, 집을 안 가요. 계속 있어요. 뭘까. 무언가 이상하다. 무언가 조금 불편한 같다. ㅋㅋㅋㅋㅋㅋ.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죠. 그렇게 또 적응해 나갑니다. 지금은 혼자 있으면 이상해요. 불편합니다. 둘이 낄낄대며 드라마도 보고, 넷플릭스도 봐야 하는데. 혼자 있으면 재밌지가 않아요. 둘이 사는 게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녹아들게 됩니다.


연애하시고, 결혼하세요. 결혼했는데 관계가 소원하다면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 내어 배우자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져보려 딱 한 번이라도 애써보세요. 아이는 글쎄요. 저도 아직 낳지 않고 있다 보니 뭐라 말은 못 하겠네요. 근데 결혼은 정말 강추드려요. 온전한 내 편이 한 명 생긴다는 것이 그렇게나 힘이 됩니다. 꼭 결혼해서 이 지옥 같은 마음의 풍요로움과 안정감을 꼭 느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아, 가장 중요한 걸 빼먹었네요. 배우자를 선택하는 안목을 많이, 심하게 기르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그 인생 지옥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이 사람, 저 사람 선상에 올려놓고 재 보고 고르라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생각보다 외모는 중요합니다.(관적으로 잘생기고, 이쁘고가 아닙니다. 내가 보았을 때 매력적이냐 라는 기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Z세대, 요즘 것들. 진짜 요즘만 그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