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없는 눈. 세상 귀찮다는 말투. 말하는 이를 쳐다보지도 않음은 물론, 손님이 오갈 때 인사도 없는 곳이 태반. 이들이 알바 처음부터 이랬을까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아메리카노를 사러 나갑니다. 출근하는 와이프와 함께 집 밖으로 나섰죠. 날씨가 우중충한 게 기분도 조금 다운되는 느낌. 세상 귀찮은 커피 사러 나가는 것을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커피를 끊어볼까'라고 하루도 안 빼고 고민해 봅니다만 결국 실패.
집 근처에는 여러 커피프랜차이즈가 있습니다. 벤티, 메가, 컴포즈, 커피베이, 개인카페 등등. 정말 100미터 간격으로 줄지어진 커피집들이 반깁니다. 오늘은 벤티로 가볼까? 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그 카페 알바의 불친절함이 갑자기 생각이나 개인카페로 돌립니다. 벤티 알바분은 그야말로 물건들을 집어던지듯이 일을 하더군요. 커피 기다리다 뭐가 부서지는 소리에 깜놀했던 기억.
집 근처 커피집 중에서는 개인카페가 제일 친절하더라고요. 그러나, 어느 때와 다름없이 차분한 기분으로 감정의 파도가 전혀 없는 상태로 들어선 순간. 처음 본 알바분이 절 쳐다봅니다. 눈이 마주쳤기에 인사를 했죠.
'안녕하세요'
순간 돌아가는 알바분의 시선과 몸. 나를 보지 않고 커피머신에 대고 인사를 합니다. 눈이 마주쳐 인사를 하면 그 사람을 보고 인사를 하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뭐라 뭐라 속삭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즈으...신...아메이..아와슴다.'
제 귀엔 정확히 이렇게 들렸어요. '주문하신 아이스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이 말이었겠죠. 음악소리(조용한 클래식)도 있고 하니 잘 안 들릴 수도 있었겠네요. 문 앞쪽 대기공간에 앉아 기다리던 저는 속삭이는 소리에 가까이 다가갔고 제 거인가요?라고물으니 맞답니다. 크게 좀 말해주지 그리 멀지 않은 문 앞에서도 잘 안들릴정도인데. 순번표나 완성됨을 알리는 안내판 같은 거라도 달아놓든가.
아메리카노를 두 잔 시켰기에 당연히 담아줄 줄 알았으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커피. 메가나 벤티 같은 곳에는 빨대나 캐리어가 필요한지를 주문할 때 선택할 수 있는데 이 개인카페는 그게 없더라고요. 미리 담아달라 말하지 못한 제 실수겠죠.
'담아주시겠어요?'
'네'
나 좀 봐주라 좀. 사람이 말하면 눈이라도 맞춰주라 좀. 고개를 숙인 채로 성대결절에 걸렸는지 작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분. 커피를 집어 들고나갈 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응?! 내가 감사해야 하는 거구먼 껄껄. 평온한 아침의 감정의 파도가 없는 마음속은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딱히 진상짓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내 돈 주고 커피를 사 먹는데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뭐라 하진 않습니다. 왜냐?
요즘 대부분이(다는 아니지만) 저럽니다. 오늘 있었던 일이기에 글로 옮겼지만 아침마다 가는 프랜차이즈 커피집에선 대부분이 저럽니다. - 극히 개인적인 경험.
친절할 거라는 기대를 많이 내려놓게 되었거든요. 그래도 역시나 불쾌감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비단 커피매장에서 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편의점, 밥집, 술집 등등 모든 자영업 현장에서 발견되는 부분들.
아내의 일터 근처를 자주 갑니다. 뭐 백수의 일상 같은 거죠. 셔터맨 까지는 아니지만 주에 3번 정도는 데려다주거나 데리러 갑니다. 집에서 뭐 하나요. 가장이 힘들지 않게 잘 보필해야죠. 퇴근을 하고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스타벅스를 들렀다 갑니다. 아내 일터 주변에도 저가 커피매장이 많지만 차에서 내리기 귀찮아서 스타벅스 DT를 자주 이용하는데요.
이건 갈 때마다 신세계입니다. 친절치 않은 스벅매장도 있겠지만 제가 갔었던 수많은 스벅 매장들은 일이면 아홉이 친절했습니다. 어쩜 저렇게 친절할까? 하고 아내와 갈 때마다 항상 얘기합니다. 와 저 사람 진짜 친절하다 이러면서요. 극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분이 말을 하면 도리어 저도 더욱 친절하게 말하게 됩니다.
같은 알바자리 일 텐데(물론 스타벅스에 정직원도 있겠지만요) 왜 이리 다른 걸까. 기본 아메리카노 가격이 스타벅스가 대략 2.5배 정도 됩니다. 벤티가 아메리카노 한 잔에 1,800원이고 스벅은 4,500원이니까요. 일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제목만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습니다만, 내용 보시면 일부 공감하실 겁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상대적인 비율로 진상손님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저가 커피매장. 그들에 치이고 치여, 첫 시작은 나름 친절하게 하다가도 결국 그렇게 해봐야 나만 만만해지고, 나를 더 우습게 보겠구나를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친절한 고객의 일명 '진상짓' - 알바분의 분노 - 불친절한 고객의 일명 '진상짓' - 알바분의 분노..
이런 반복이 지속적으로 쌓이다 보니, 내가 이럴필요가 없겠구나를 느꼈겠죠. 그렇게 모든 고객에게 영혼 없음과 대략의 불친절함을 난사. 그로 인해 불쾌한 일부 진상고객들은 또다시 '진상짓'의 반복. 악순환입니다.
제가 스벅에서 느꼈던 세상친절함. 이 또한 선순환이라 봅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합니다.(물론, 간혹 웃는 얼굴에 뱉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만) 친절한 웃음과 밝은 말투로 비롯되어 이 공간에서 내가 진상짓을 한다는 것이 창피스러운 거구나를 느끼게 되는거라 생각이 됩니다.
PS. 근데 스벅이나 저가커피매장이나 알바비는 똑같지 않나요? 왜 다른 걸까. 스벅이 알바에 대한 복지사항 같은 게 좋으려나요? 일 해본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네요. 시급을 더 주는 것일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