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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Sep 28. 2024

Z세대, 요즘 것들. 진짜 요즘만 그랬나.

인간적으로 M은 뺐다.

마치 MZ를 나사 하나 빠진 개념 없는 하나의 종족처럼 표현하던 게 불과 몇 년 전.

요즘 MZ세대 개념이 없네. MZ는 참을성이 없네. MZ는 워라밸을 엄청 따지네.


아니, 워라밸 좀 따지면 안 되나요? 내가 곧 회사고, 회사가 곧 나다라는 경지로 다니면 떡을 더 줍니까 돈을 더 줍니까. 정말 많은 야근과 밤샘, 주말출근, 명절출근을 지긋지긋하게 해 본 사람으로서 워라밸 중요합니다. 워라밸 챙기고 딱 그 정도 월급 받으며 다니겠다는데 문제 될 거 있나요. 더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눈에 더 잘 띄는 좋은 효과가 있잖아요.


MZ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한동안 각종 미디어에서 무수하게 관련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MZ를 희화화하는 각종 콘텐츠들이. 처음 MZ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때는 저도 종종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MZ라는 단어 자체가 좀 거부감이 들더군요.


저는 27살 때부터 회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신입사원들을 봐왔고, 직접 겪어 봤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현상들이 요즘 MZ라서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말이죠. 요즘 것들. MZ세대. 진짜 요즘에만 그랬나요?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생각해 보자고요.


근데 그거 아세요? MZ라는 단어를 정작 그 세대아이들은 잘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 꼰대라 불리는 세대에 들어선 사람들이 MZ, MZ거리면서 마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단어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거. 젊은 세대는 오히려 80년생부터로 정의되는 MZ에 자기들이 섞이는 거 자체를 조금 피하는 경향(?)도 있는 거 같습니다.


지금은 마흔 살이 훌쩍 넘었으니 저의 사회초년생 시절이면 한참 전 시기입니다. 그런 저의 사회초년생 시절, 제가 다니던 회사의 갑이었던 회사에 신입사원들이 대거 입사했습니다. 사무실을 같이 쓰다 보니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듣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더라고요. 신입사원 환영회 한다고 시끌벅적합니다. 그렇게 18시 땡치자 마자 우르르 몰려나가는 인원들. 참고로 전 야근했습니다.


다음날, 여기저기서 수근수근 댑니다. 사원 한 명이 출근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연락이 안 된다네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 여기저기서 웃고 있습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니, 그 사원이 환영회에서 술을 많이 마셨고 아침에 술병이 났는지 일어나질 못했고, 이제야 정신 차렸다고. 준비하고 나온다며 왜 이렇게 술을 마시게 했냐며 무려 그 사원의 어머님이 팀장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더라고요. 그러곤 다음날 퇴사.


30대 초반 외국계회사 재직시절. 계약한 업체에서 파견된 팀 막내. 절실한 기독교신자였습니다. 청년부 회장(?) 직을 맡고 있던 그 녀석. 주말출근이 필요해 팀메일을 보내고 특이사항 여부를 묻는데, 그 녀석이 못 나온답니다. 왜냐 물으니, 교회를 가야 한다는군요. 벙쪄있는데 덧붙여진 한 마디. 앞으로 주말은 회사를 나올 수 없답니다. 주말일거리가 생겨도 본인은 제외해 달랍니다. 그리고 수요일은 수요예배가 있다며 그날도 야근은 웬만하면 빼달랍니다. 교회를 가야 한다고요. 본인이 청년부 회장이라 교회를 뺄 수가 없답니다.


아니.. 되겠어요? 사회생활이잖아요. 본인의 종교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이잖아요. 특근수당도 다 챙겨주는 업무인 것을. 그건 좀 힘들 거 같다. 불가능하다 하니, 한 달 뒤 퇴사.


30대 중반 시기, 팀에 막내를 새로 받았습니다. 그리곤 시작된 야근. 한 달 정도 지났나. 안 나옵니다. 전화도 안 받아요. 저도 해보고, 밑에 애들한테도 시켜보고. 2,3일 정도였나?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그러곤 문자가 옵니다. 퇴사하겠다며. 전화는 하면 받지 않습니다. 문자로만 하잡니다. 문자로 퇴사통보. 출입카드를 반납해야 하니 가지고 한 번 오라고 했어요. 오기 싫답니다. 그냥 우편으로 보내겠다네요. 툭하면 전화를 안 받아 버리니, 그냥 그러라고 했어요. 출입카드는 원래 퇴사자가 생기면 보안때문에라도 바로 수거를 해야 하는데, 바로 보내지도 않아요. 3주인가 뒤에 도착한 출입카드.


이 외에도 자잘 자잘한 일들이야 많았습니다. 이게 십 수년 전 일들입니다. 물론 요즘 젊은 세대에서도 이런 개념 없는 행동들 할 겁니다. 근데, 이것이 MZ라서 그런 거다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보여요. 저도 20대 시절이 있었고, 매우 억울한 상황에서 신입사원 시절에 팀장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보면 굉장히 개념 없는 신입사원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16년 간 나름 회사원신분을 잘 지키며 살지 않았습니까.(퇴사는 40 넘어했으므로 논외.)


이렇듯, 요즘의 젊은세대가 문제가 아니라 그저 언제나 발생하던 그런 것들이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예전보다 조금 더 잘 퍼지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미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텐데 과거보다는 이런 일들이 사람들에게 퍼지기가 훨씬 더 쉬울 뿐이라는 생각이거든요.


워라밸을 조금만 찾으려 해도 MZ네 어쩌네. 퇴근시간에 퇴근하려 하면 MZ라서 저러네 이러면서 뒤에서 수군대는 꼰대짓거리들. 하지 말아 보아요. 이 글을 읽은 그대들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저도 젊은 시절이 있었잖아요.


아, 근데 요즘 젊은 세대들 인내심이 확실히 모자란 부분이 있는 거 같긴 합니다.

(글은 저렇게 써놓고 마지막 꼰대러움 발사)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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