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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Jan 31. 2024

40대 백수라 걱정해 주는 사람들아.

넣어둬. 넣어둬.

걱정해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어쩌고. 재취업은 어쩌고.

진심인 건지, 저를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상대적이고 원초적인 우월감을 느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부탁이 있어요. 그냥 걱정 안 해주셔도 됩니다. 하하.


저요? 너무 행복해요.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행복해요. 월급은 끊겼지만, 그래도 든든한 와이프가 아직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숨 쉬며 살아있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슨 인생의 길을 잃은 사람인처럼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퇴사 이후 최고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오전 10시. 커피 사러 가는 길에 있는 집 앞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그 순간 마저도.

오전 10시가 이다지도 평화로울 수가 있는가. 이 따스한 햇살은 나를 위해 비추는 것인가. 오늘도 퇴사할 때 목표했던 아주 작지만 보이지도 않던 그것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보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내고 있답니다. 아주 작지만 조금씩 이뤄지는 성과들을 보며 가슴 뛰는 경험을 하고 있고요.


솔직히 당신들도 그리 행복해 보이진 않습니다. 얼굴은 흑빛에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변해버린 말투들. 하루하루 회사를, 상사를 욕하며 온갖 부정적인 단어들만 내뱉고. 회사 안에서의 행동과 말투가 밖에서도 여지없니다. 잔뜩 주름져있는 미간사이. 건들면 다 물어버릴 거야 같은 살짝 짜증이 섞여있는 듯한 분위기.


글쎄요. 전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습니다. 소기업 계약직부터 외국계회사 입사까지 도움을 주었던 멘토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어요. 이 작은 책상에 앉아서 하루종일 타이핑만 치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내가 원하던 모습이 맞나. 하고요.


당연히, 현실을 봐야 합니다. 저는 나름대로 아내에게 투자를 해서 제가 조금 쉬어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없을 정도는 만들어놓고 한 번의 쉼을 선언했습니다.


저와 결이 비슷한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 분들일 겁니다. 찰지게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2주 동안 백 명 정도의 구독자 분들이 늘어난 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그래도 있다는 거잖아요.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현실에 치여 하기 싫은 일을 16년 간 해왔다면 적어도 1년 정도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이 60살, 70살 먹고 나서 젊었을 때 그래도 이런 거 한번 해볼걸 하고 후회하는 거 보다는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가치관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요.

돈은 덜 되지만, 몸에 맞는 옷을 입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수백, 수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있답니다.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생각도 넣어두십쇼. 세상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답니다. 저도 꽉 막힌 사람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의 틀을 조금이라도 벗어난 것을 보면 한심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 한 명 한 명을 이해하기로 했어요.(범죄는 논외입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습니다. 남이사 전봇대를 뽑아 이를 쑤시든 말든. 제가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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