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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Feb 03. 2024

40대, 퇴사하니 이건 참 좋네요.

퇴사하니 시리즈 2탄.ㅋ

지난번 썼던, 퇴사하니 이게 제일 힘듭니다. 에 이어 이번엔 이게 참 좋네요를 써보고자 합니다.

어느덧, 퇴사한 지 2달째.


매일 아침 사러 나가는 커피는 여전히 귀찮네요. 끼니를 챙기는 것도 그렇고요.

부정적인 생각은 이제 그만 하자라고 다짐을 했기에, 퇴사하니 뭐가 제일 좋을까를 생각해 보았어요.

뭐, 매일 새벽 6시 23분마다 울리던 알람소리에 좀비처럼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것이야 기본이니 이 부분은 차치하고.


오늘 새벽 축구 보셨나요?(2월 3일 새벽) 저는 개인적으로 구기종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국가대표전이나 사이즈가 있는 대회는 보게 되더라고요. 오늘 새벽에 있던 경기는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죠? 손흥민 선수의 기가 막힌 프리킥으로 승리한 대한민국.


16강전도 시청했습니다. 1월 31일, 수요일 새벽 1시에 시작했죠.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갔던 경기. 손에 땀을 쥐고 봤습니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네요. 황희찬 선수의 마지막 골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열감도 느꼈고요.


자, 대충 짐작이 가시죠?

축구경기를 예로 들긴 했지만, 제일 좋은 점 하나. 바로, 야간에 어떤 이벤트가 있어도 별로 부담이 없다는 겁니다.


전 회사를 다닐 땐, 나름 철저하게 규칙적으로 생활을 했습니다. 출근, 일, 퇴근, 운동, 식사, 잠.

거의 이 루틴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요. 항상 쫓기듯 살았습니다. 별거 아닌 루틴처럼 보여도 꽤나 빡빡했거든요. 퇴근이 조금 늦으면, 그 뒤로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밀립니다. 밤 11시 전에 집에 도착하면 무조건 운동한다라는 철칙도 지켰거든요.


11시부터 시작한 운동은 템포도 평소보다 빠릅니다. 12시까지는 마쳐야 샤워하고 밥 먹고 30분이라도 소화시킬 시간이 생기거든요. 낮에는 회사에서, 저녁에는 개인일과로 시간에 쫓기듯 삽니다. 그깟 운동 포기하면 되지 않냐라고 하실 수 있는데. 운동 중독이었'던' 저는 포기가 안되더라고요.


지금은 어떤가요? 느긋합니다. 새벽 1시에 축구하네? 보고 자자.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 5시간만 자고 일어나도 직장 다닐 때처럼 피곤하지 않더군요.


자, 그다음으로 좋은 점!

........

없습니다. 오로지 저거 하나네요. 그래도 두 가지는 되어야 하지 않냐라는 생각에, 머리카락을 쥐어뜯어가며 생각해 봤는데. 없습니다. 네, 없어요.


그저 아내의 기분을 살피는 옵저버의 능력이 올라가긴 합니다. 아내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좋고, 아내가 기분이 안 좋으면 나도 별로고. 요따위의 공감능력이 올라가긴 하더군요.(아... 인생아....)


그래도 예전보다는 뭐랄까, 제가 느낄 정도로 여유로워진 나를 보며 신기한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운전할 때. 노란불과 빨간불이 간당할 때, 예전엔 마음이 급해서 그랬나. 냅다 밟아서 넘어가야 속이 편했습니다.


지금은, 애매하다 싶으면 그냥 섭니다. 상대적으로 늘어난 시간으로 인해 삶 속의 여유로움이 생기긴 하네요. 네,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이건 딱히 장점이라기엔 서글픈 점 중 하나네요.(눈물 좀 닦고.. 시간이 많으면 안 돼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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