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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Feb 22. 2024

40대, 퇴사하면 이 시간이 제일 힘듭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참기보다 쪼금 더 힘듦.

퇴사하기 전이나 퇴사하고 난 뒤에나 힘든 시간은 비슷합니다.

퇴사 전에는 몸과 마음이 힘들었고, 퇴사 후에는 마음이 동한 그 시간. 비록 육체적인 힘듦은 사라졌으나 그 힘듦이 마음에 더해져 버린 시간.


바로 아침 출근 시간이 제일 마음이 동합니다.

아니 왜? 너 출근 안하잖아? 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아내의 출근길을 바라봐야 하는 내 모습에 어떤 때는 자괴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하고요. 예전처럼 다시 출, 퇴근을 하는 직장인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라는 자문을 해대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내가 출근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함이 찾아옵니다.


컴퓨터를 켜고, 습관적으로 브런치와 유튜브에 접속. 통계를 한 번 훑고 나서 브런치에 저장해 놓은 글들을 봅니다.

이건 못 쓰겠네. 이건 내용을 다시 다듬어야겠다. 이건 삭제!


지난밤, 센티멘탈해진 감정상태로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휘갈긴 글들을 수정, 삭제해 가며 오그라든 손발을 다시금 펴냅니다. 이제는 세상 귀찮은 커피를 사러 가야죠. 다행이랄까요. 퇴사 전 모아놓은 용돈이 조금은 두둑하여 아직 백수생활을 이어나가는데 금전적인 큰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고. 퇴사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오늘도 열심히 누려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백수로서 저만의 출근길에 오릅니다. 나름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던 것들이 나름의 성과를 보지 못할 때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고개를 휘젓습니다.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회사를 뛰쳐나온 거냐.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해보는 거죠.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 인생은 늘, 언제나 중간 수준에 머물러 있었어요.


나 이거 하나는 정말 잘할 수 있어! 라고 할 만한 게 단 한 개도 없습니다. 좋아한다는 운동 역시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쌓은 것들일 뿐, 어디 가서 나 마니아야 라고 할 수준은 절대 아니고요. 아니, 예를 들만한 그 무언가도 없습니다. 그저 평범함의 극치. 뭐 하나라도 뛰어난 게 있지 않을까를 아무리 머리털 뽑혀나갈 정도로 뜯어가며 생각해 보아도 딱히 잘하는 게 없습니다.


피규어에 진심인 사람.

낚시에 진심인 사람.

헬스에 진심인 사람.

테트리스에 진심인 사람. 등등.

그 무엇이든 하나에 꽂혀서 그것에 진심인 모든 사람들.


그저 부럽습니다. 그 무엇 하나 열정을 가지고 1년 이상 지속해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시쳇말로 '냄비근성'이라고들 하죠? 금방 끓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그것을 비하하는 단어.

제가 꼭 그러합니다.


퇴사 전, 용기를 얻어보겠다고 시청한 각종 동기부여 영상들. 그저 볼 때뿐입니다.

어떤 영상은 울컥할 정도로 마음에 와닿고 가슴이 뜁니다. 내가 가진 잠재력을 지금 당장 테스트해보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그러다 담배 한 대 피우러 가는 순간. 채 5분도 되지 않아 그 뜨겁게 뛰던 심장은 금세 식어버리고 맙니다.

아니, 뛰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망각'해버리는 저를 발견합니다.


40대라는 나이가 참 어정쩡한 나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보며, 그저 저렇게 내려놓기에도 애매하고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을 보며 도전하기에도 애매하고.


무엇하나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없는 것처럼, 젊지도 늙지도 않은 그저 어정쩡한 나이대에 머물러 있는 오늘하루도 알 수 없는 그것을 향해 달려야겠습니다.


내일부턴 아침시간에 헬스장을 끊어놓고 다녀볼까도 생각중입니다. 아내 출근전 집에서 나가버릴까 생각중.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즐기지는 못할테니 도망이라도 가야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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