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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un 17. 2024

나에게 남겨진 모든 것들을

글마다 사랑 아니면 못 사는 내가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듯 하여 조금 불편하지만, 어쩌랴. 이 또한 나니까. 무거워지려는 마음을 탁, 하고 털고 글을 쓴다. 어쩌면 나는 많은 글들을 사랑에 대해 써내려갈듯도 싶다.


오늘도 뻔할 수 있을 사랑 이야기다. 나에게는 매일이 낯선 나의 사랑 이야기지만. 뻔하다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고,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재의 뻔함이 주는 지루함은 내가 막아낼 도리가 없다. 그러나 형태는 뻔하지 않기에 질척거리며 글을 이어가련다.


나는 이번 연애로 말미암아 내가 여태 배워온 모든 것들을 복습하는 기분이 든다. 내가 허투루 배워온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기분이 들 때면 꽤 보람차기도 하다. 어떤 때에 그러냐 살펴보면 나 또는 그가 기분이 상했을 때를 달랠 줄 안다. 완벽히 터득한 것은 아니라 예전보다는 서툰 감이 사라진 정도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다룰 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잦다. 내 기분이 호르몬의 영향인지, 직장에서의 일이 원인인지, 그의 말에서 어떤 부분에 꽂혀서인지를 구분해낼 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무겁게 다루어야할 문제와 가볍게 스치어도 될 것들을 가릴 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아도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에 이미 그는 존재가치를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로 됐었다. 아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렴풋하게 안다. 내가 기분이 나쁜 상황을 참아낼 것 없이 서로가 이해가능하게 설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알아차리고는 나를 아껴준다.


나름대로는 건강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퇴근 무렵이 되어 그와 함께 있던 직장을 떠나 학교로 가야하는 시간이 되니 아쉬움이 잔뜩 삐뚤어져 심술이 되었다. 그가 하는 모든 말엔 부정어로 답을 했다. "아니. 몰라. 갈래." 그렇게 툴툴거리며 시동을 걸고 한참을 달려 학교에 도착한 나는 부끄러워졌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나도 모르게 그를 소유하고 싶어했다는 것이 철없게 느껴졌다. 그것도 잠시, 내가 한 행동들을 돌아보니 나는 나의 지난 연애들에서와 같이 나를 버리고 그 사람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차, 싶었다. 서로 더 기쁘게 지속할 수 있는 연애를 위해서는 서로의 영역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 선을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글을 쓴다. 반성의 의미로.


내가 있고, 우리 사랑도 있는 것이니 나는 또 나에게 집중해볼 것이다. 우리를 위해, 무엇보다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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