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탕탕이좀 시키려고요."
"이제 낙지가 없어요. 여름에 낙지 알이 뻘에서 다 죽어버렸어. 뜨거워서. "
작년부터 낙지 씨가 말랐다고 한다. 갯벌이 넓은 낙지의 본고장, 전라남도 무안의 식당에서 들은 말이었다. 외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던 이 식당의 메뉴판에는 낙지탕탕이에는 유성 매직 두 줄이 그어져있다.
내 최대 관심사 두 가지는 서로 무섭게 닮아있다. 기후위기와 고령화. 이 둘은 조용히, 하지만 자명하게 걸어온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 둘의 공통점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2017년, 처음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된건 이해할 수 없었던 '비건 식당' 때문이었다.
"대체 이 맛있는 고기를 왜 안 먹는 걸까? 그런 식단이 가능한걸까?"
순수한 호기심이 시작이었다. 그들이 힘든 길을 걷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맛있는 한 입에 따라붙는 메탄 가스, 수질 오염, 비윤리적인 사육환경. 그리고 참 당연하게도 고기는 하늘에서 뿅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도축 장면은 고기가 결국 죽은 동물의 부산물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청년 기후단체에서 철강기업 포스코가 국내 탄소 배출 1위라며 압력을 넣어보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고, 비건으로 맛있게 먹는 방법 A to Z를 연구하며 우유에 달걀조차 입에 대지 않는 비건으로 살아보기도 했다.
깨달은 건 한 가지. 나 혼자 치열하게 살아도 세상은 알아주지도, 바뀌지도 않는다는 거였다. 혼자 좋자고 하는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설득해도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총구가 머리를 겨누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 때 한 가지 Key가 되어준 게 책 '노화의 종말'이었다. 그 책은 늙지 않는 방법으로 다음을 제시한다.
1. 콩에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할 것
2. 적색육을 멀리할 것
3. 최대한 걷고 움직이며 운동량을 늘릴 것
하버드 의대 교수님의 저서였다. 늙고 싶지 않은 건 모두의 욕망 아니던가.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젊게 사는 나를 위해 비건하고 움직이세요'라고 말하면 어떨까? 그렇게 노화에 발을 들였다.
'나이 듦'을 들여다보니 웃프게도 가장 빨리 늙고 있는 한국에 지내고 있었다. 2035년에 세계 최초 노인인구 30%를 달성할 나라. 그에 반해 10대와 20대는 합쳐도 16%에 불과할 나라가 이 곳이었다.
한국은 특히 예방적 접근이 부족하다. 저렴한 의료 인프라 덕분에 '아프면 병원가자'는 마인드로 병원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그게 가능했던 건, 아직까지 한국이 젊었기 때문이다.
아파도 돌보아줄 사람이 없는 사회가 오고 있다. 한국의 정책과 시스템은 이 폭풍을 감당할 어떤 대비도 되어있지 않다. 100km 멀리서 다가오는 해일을 보고서도 '음 오늘도 날씨 좋군' 말하며 관성대로 살아가는 셈이다.
'인간은 망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역사적으로 그렇다'는 어느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 떠오른다. 마음이 무거운 건 앞서 말했듯 기후위기와 고령화 사회는 Second Chance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두 번째 지구는 없고, 고령화는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
혼자서는 기후위기를 해결하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주변이 조금 더 건강하게 나이들 수 있도록 돕는 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니어 산업의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