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면서 올라가는 자존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무엇을 얻고 있는 걸까.
결론은 하나였다. ‘자존감’.
나는 배움을 통해 자존감을 얻는 사람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중국어 번역을 배울 때도 처음엔 정말 어려웠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특히 서툴렀다.
그런데 애써서 하나를 해냈을 때 느껴지는 상쾌함과 통쾌함,
그리고 내 안에 남는 묵직한 성취감이 너무 컸다.
그게 남들에게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관없다.
그저 배우는 과정에서
“아, 나는 그래도 뭔가를 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나는 살아있구나.”
이런 감각이 생기기 때문에 배움이 좋다.
가끔 누가 “어? 너 이런 것도 할 줄 알아?”라고 말해주면
괜히 우쭐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엄청 잘하는 건 아니어도
배움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꽤 크게 올려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p183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무는 세 영역을 한 몸에 아우른다.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일체의 형태로,
뻗어나가면서 숨 쉬면서 뿌리내리면서 있는, 同时동시의 존재다.”
나는 오래된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늘 생각한다.
이 나무는 나보다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그 세월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까.
어떤 바람, 어떤 계절, 어떤 풍경을 보고 여기까지 와 있을까.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며 세월을 보낸 나무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한편으론 없는 존재처럼 여겨지다가
또 어떤 순간엔 ‘아, 항상 여기에 있었지.’ 하고
문득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배우는 것이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뻗어나가길 소망한다.
오늘도, 내일도 배우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나를 채우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 시간이 결국
나를 만족하게 하고,
나를 사랑하게 하고,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