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일기 20.
남의 집 방문 선물로 고등어와 조기
참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본 걸 우리 집에 주신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 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60대 중반이 넘은 사진 아저씨 이야기다.
일요일 아침 아니 새벽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골에선 동이 트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부지런해서가 아니고
저절로 눈이 떠지니 바깥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접하고 나면
바로 작업복을 입고 할 일을 찾는다.
특히 휴일이면 말이다.
그날도 일찍부터 정원도 손질하고, 우거진 풀 메기 작업을
하고 있을 때이다.
대포만 한 카메라를 들고서 우리 집 대문을 기웃거리며
꽃 사진을 찍고 싶다는 아저씨
남편은 " 00 엄마~" 불러대며 어서 차 한잔 내 오라고 재촉했다.
위양못 물안개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
새벽 4시에 언양에서 출발해 위양못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는데
물안개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위양마을 라벤더 농원을 찾아가는 중에
열린 대문 틈으로 마당에 핀 예쁜 분홍꽃이 보여
끌리듯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른 모닝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침식사 시간이 되었다.
우리 밥 먹어야 하니 가 주시라 할 수도 없다
이웃집 형님은 위양못 관광객에게 내다 팔 돌복숭 효소
어서 가져오라고 성화고…
카메라 아저씨 차는 대문 밖에 서 있고.....
급한 마음에 초면이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사진 아저씨 차로 내다 팔 돌복숭 효소를
위양못까지 실어다 달라 부탁했다.
사진 아저씨와 남편이 돌복숭 갖고 나간
그 사이 난 아침상을 차렸다.
그럴싸한 손님상은 아니고 평상시 우리가 먹는 밥상에
숟가락을 하나 더 얹었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섰다면
허기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사람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
사진 아저씨도 다행히 거부감을 가지지 않으시더라.
그런 사진 아저씨께서
일주일이 지난 일요일 또 오셨다.
고등어 두 손, 조기 세 마리, 수박 한 통
그리고 완두콩이 들어간 떡 한 팩을 들고서 말이다.
부산에서 사신다는 88세 큰 누님과 둘째 누님, 울산에 사시는
80이 넘은 셋째 누님 그리고 매형을 모시고
나들이 삼아 나왔는데 우리 집으로 방향을 돌렸단다.
일주일 전 고마워 인사도 할 겸이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고등어 두 손과 조기 세 마리 재밌기도 하고 친근감이 갔다.
한 달에 한두 번 위로 4명의 누님들을 모시고
맛있는 밥도 사드리고 차 태워 바람도 쐬 드린다고 하신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형제들이 함께 나들이 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런 사진 아저씨께서
이번엔 친구와 함께 찾아오셨다.
2년만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집이라고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함께온 친구분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고
꼭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사람인연이란 참 묘하지 않는가?
아침일찍 위양지 산책할 때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제일먼저 생각난 사람이 사진아저씨였다.
오늘같은 날 사진찍으로 오셔야 하는데....하고 생각이 나더라는~
연락처를 모르거니와 설령 안다 할지라도
“오늘 물안개 피었어요” 라고 알려 드린다해도
언양에서 오는 시간이 있으니
사진아저씨는 물안개를 못 만날 것이다.
이번엔 갈치 한팩과 전복 2팩을 들고 오셨다.
70가까운 연세의 사진아저씨
갈치와 전복.
여동생 집을 찾아오는 오라버니도 아니고
본인집 장을 봐 온 것도 아니다.
남의 집 방문인사로 대부분은 과일이나
빵 종류 또는 술이 일반적인데
처음엔 고등어2손과 조기 세 마리
2년만엔 갈치와 전복
정스럽기도 하고
사람사는 세상
사람사는 냄새란 이런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넉넉한 자연의 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늘 자연의 향기와 풍경에 취하기도 하지만
사람사는 냄새에 취하기도 한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