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영미 Apr 17. 2023

고등어 두 손과 조기 세 마리.

귀촌일기 20.

남의 집 방문 선물로 고등어와 조기 

참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본 걸 우리 집에 주신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 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60대 중반이 넘은 사진 아저씨 이야기다.


일요일 아침 아니 새벽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골에선 동이 트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부지런해서가 아니고 

저절로 눈이 떠지니 바깥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접하고 나면

바로 작업복을 입고 할 일을 찾는다.

특히 휴일이면 말이다.


그날도 일찍부터 정원도 손질하고, 우거진 풀 메기 작업을

하고 있을 때이다.

대포만 한 카메라를 들고서 우리 집 대문을 기웃거리며

꽃 사진을 찍고 싶다는 아저씨

남편은 " 00 엄마~" 불러대며 어서 차 한잔 내 오라고 재촉했다.


위양못 물안개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 

새벽 4시에 언양에서 출발해 위양못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는데

물안개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위양마을 라벤더 농원을 찾아가는 중에

열린 대문 틈으로 마당에 핀 예쁜 분홍꽃이 보여

끌리듯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른 모닝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침식사 시간이 되었다.


우리 밥 먹어야 하니 가 주시라 할 수도 없다

이웃집 형님은 위양못 관광객에게 내다 팔 돌복숭 효소 

어서 가져오라고 성화고…

카메라 아저씨 차는 대문 밖에 서 있고.....

급한 마음에 초면이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사진 아저씨 차로 내다 팔 돌복숭 효소를 

위양못까지 실어다 달라 부탁했다.


사진 아저씨와 남편이 돌복숭 갖고 나간 

그 사이 난 아침상을 차렸다. 

그럴싸한 손님상은 아니고 평상시 우리가 먹는 밥상에 

숟가락을 하나 더 얹었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섰다면

허기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사람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 

사진 아저씨도 다행히 거부감을 가지지 않으시더라.


그런 사진 아저씨께서

일주일이 지난 일요일 또 오셨다.

고등어 두 손, 조기 세 마리, 수박 한 통 

그리고 완두콩이 들어간 떡 한 팩을 들고서 말이다.


부산에서 사신다는 88세 큰 누님과 둘째 누님, 울산에 사시는

80이 넘은 셋째 누님 그리고 매형을 모시고

나들이 삼아 나왔는데 우리 집으로 방향을 돌렸단다.

일주일 전 고마워 인사도 할 겸이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고등어 두 손과 조기 세 마리 재밌기도 하고 친근감이 갔다.

한 달에 한두 번 위로 4명의 누님들을 모시고

맛있는 밥도 사드리고 차 태워 바람도 쐬 드린다고 하신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형제들이 함께 나들이 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2년전 대문틈으로 보였던 분홍꽃  끈끈이대나물꽃

그런 사진 아저씨께서 

이번엔 친구와 함께 찾아오셨다.

2년만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집이라고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함께온 친구분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고 

꼭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사람인연이란 참 묘하지 않는가?

아침일찍 위양지 산책할 때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제일먼저 생각난 사람이 사진아저씨였다.

오늘같은 날 사진찍으로 오셔야 하는데....하고 생각이 나더라는~

연락처를 모르거니와 설령 안다 할지라도 

“오늘 물안개 피었어요” 라고 알려 드린다해도 

언양에서 오는 시간이 있으니

사진아저씨는 물안개를 못 만날 것이다.


이번엔 갈치 한팩과 전복 2팩을 들고 오셨다.

70가까운 연세의 사진아저씨 

갈치와 전복.

여동생 집을 찾아오는 오라버니도 아니고

본인집 장을 봐 온 것도 아니다.

남의 집 방문인사로 대부분은 과일이나 

빵 종류 또는 술이 일반적인데 


처음엔 고등어2손과 조기 세 마리

2년만엔 갈치와 전복

정스럽기도 하고 

사람사는 세상

사람사는 냄새란 이런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넉넉한 자연의 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늘 자연의 향기와 풍경에 취하기도 하지만

사람사는 냄새에 취하기도 한 하루이다. 


갈치와 전복
작가의 이전글 4월의 위양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