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일기 22
우리 집 수컷냥이 윙크는 작년 이맘때 태어났다.
눈을 뜨기 시작할 때부터 다른 새끼들과는 달리
눈을 번쩍 뜨지 못하고 윙크를 하듯이 느리게 뜨는 것을 보던
주인이 윙크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녀석은 다른 냥이들에 비해 행동이 굼뜨기도 하고
유달시리 마사지 즉. 몸을 비비고 스킨십하기를 좋아했다.
엄마냥이 동생냥이에게도 몸을 치대고 비비며 애정을 표하는 것도 좋아했다.
나무둥치를 앞 발톱으로 긁기도 하지만 몸을 갖다 대고 비비고
나뭇가지에도 얼굴을 갖다 대며 쓱 긁히듯 지나가곤 했다.
가려워서 그런지 뭔가 어떤 사물에라도 스킨십하는 것이 습관 돼버려 그런지 모르겠다.
하물며 수돗가 다라이 끝에 인사하듯 얼굴을 대고 몸으로 쓸고 지나가기도 했다.
당연 사람에게도 치대고 다리에 와서 지 몸을 붙이고 요리저리 몸을 비틀며
스킨십을 해 댔다.
조금만 대꾸를 해 주거나 관심을 보인다 싶으면
그 자리가 가시밭 풀숲이든 돌밭이든 가리지 않고
발라당 드러누워 배를 뒤집곤 했다.
손으로 머리를 쓸어주고 등을 쓸어주고 배를 마사지해 주었다.
“이놈아 그리 좋나?” 하고 흔들어 주면
눈을 지그시 감고 아주아주 흡족해했다.
그런 우리 집 순둥이 냥이 윙크가 2달 전쯤 사라졌었다.
“윙크야~ 크야~” 하고 부르면 득달같이 나타나던 녀석이
몇 날 며칠 아무리 불러봐도 기척이 없었다.
수컷 냥이는 집 나간 것이 예사라고 지 맘대로 들락날락거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윙크는 태어나 처음으로 집을 나간 것이다.
한편으론 혹시 어디서 변을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지만 '다 큰 녀석이 설마~'하며 애써 무사하기만을 바랬다.
녀석이 집을 나간 이유는 아무래도 짝짓기 철 짝을 찾아 나섰는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으로 접어드는 시기만 되면
고양이들의 괴성? 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어쩔 때는 우리 집 암컷 냥이 박이를 두고 두 수컷이 소리를 질러대며
얼마나 기싸움을 하는지 그것도 방 창문 바로 아래서
“이놈의 짜석들이 ~” 문을 확 열어 재치면 수컷 녀석들은 꽁지 빠지게 도망치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린 윙크는 멀찍이서 도망가는 수컷냥이들을 눈으로 좇곤 했다.
“너는 저놈들처럼 무식하게 굴지 마라~ 알았지?” 하고
윙크를 향해 훈시를 하기도 했는데
녀석이 아무래도 본능을 억누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 어미 박이가 배가 불러오고 있는 어느쯔음
윙크가 좀 이상해졌다.
지 동생 눈꼽이 꽁무니를 이상야릇하게 졸~졸~ 따라다닌다 싶었는데
아이구야! 저놈이 눈꼽이를 겁탈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동물이지만 한 뱃속에서 나온 쌍둥이 동생인데
그것은 아니지 싶어 "고양이는 짝짓기 하는데 촌수를 안 가리나?"
하고 남편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답은 아직 모르겠으나 그러고 며칠이 지나 윙크가 사라진 것이다.
필시 짝을 찾아 집을 나간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어 달이 지났건만 코빼기도 안 보인 윙크가 많이 궁금했다.
며칠 전 위양 448에 가니 우리 윙크와 꼭 닮은 냥이가 있어 순간
'저 녀석이 여기서 돈가스를 얻어먹으려고 이곳에?'라는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윙크가 아니었다.
윙크가 더 보고 싶고 궁금해졌다.
남편은 지금까지 안 오는 거 보면 분명 변을 당했을 거라고 잊어버려라고 한다.
그런데 어제 그제
도서관 수업이 있어 차를 운전하고 집을 나섰다.
마을회관을 지나려는데 윙크와 똑같은 고양이가
길을 건너 마을회관 쪽으로 몸을 숨긴다.
반가운 마음에 차를 멈추고 문을 열어 “윙크야~ 윙크~~” 하고 불렀다.
“양~~” 윙크 반응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윙크야~ 집에 가 있어~” 하고는 볼일을 보러 나갔다.
사실 윙크를 닮았지만 정확히 윙크인지는 모른다.
짐작만 할 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오후 늦게 집에 돌아와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는데
“양~~” 하며 “왜 이제 와!” 하는듯 윙크 녀석이 안방 화단 근처에서 나온다.
아이고~ 윙크가 맞았구나!
“이 녀석아 그동안 어디 갔었노?”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나?”
쓰다듬어주며 여기저기 살펴보니
털 상태며 꼬질하지 않는 행색이 어디서 못 얻어먹은 건 아니지 싶다.
본능대로 짝짓기는 제대로 하고 왔는지 모르겠네.
집에 오고부터 윙크는 더 개냥이가 되어버렸다.
주인이 밖에 나가면 졸졸졸
주인이 잠시 멈추면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몸을 비틀고 부비고
대꾸라도 하거나 눈을 마주치면 발라당 드러눕워
스킨쉽 해달라 온몸으로 말한다.
주인이 집안에 들어오면
출입문 입구에서 항상 대기 중이다.
어젯밤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콧등에 상처 입고 왔다.
우리 집 주변을 활보하던 노랑이수컷과 한바탕 격전을 벌였는지 모른다.
사람 집주인은 노랑이수컷에게 영역을 내주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놈은 이곳이 자기 영역이라 여기나 보다.
고얀 녀석~~ 나타나기만 해 봐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