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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절 Jul 05. 2024

부모님과 함께 강릉으로 이주했어요

이탈;서울 : 핸드메이드 작가 최수민 이야기

비즈 공예에 대한 선입견을 깨준 수민 님은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주한 탈서울자다. 왠지 힙해 보이는 색감과 자연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은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만든다. 서울, 김천, 부산, 독일 등에 이어서 강릉에서 삶을 꾸 수민 님은 그간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비즈를 포함해 여러 핸드메이드 제품을 수민님만의 색깔을 담아 곧 잘 만들어낸다. '자연을 닮았지만 자연 그 자체는 아닌' 비즈 공예가 인상 깊던 기록의 날.




이탈;서울

핸드메이드 작가 최수민 이야기


비즈공예 작품이 특이해서 얼른 만나 뵙고 싶었어요!

작품을 만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예술이란 자연의 모방이란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저 또한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요.

자연을 느끼며 걷다 보면 여러 가지 상상이 많이 들어요.


사실 인간관계에 상처받은 일이 있었거든요. 코로나도 한창일 때였어서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비즈 작업에만 몰두했었어요. 저에게 힘을 주는 자연과 비즈가 결합되어 자연물을 오브제로 한 작업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서울에서 어쩌다 강릉까지 오신 건가요?


태어난 곳은 서울이고, 김천, 부산 등으로 이사 가서 살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와 살았어요.

서울에 있는 첫 대학교에서는 연극영화과를 다녔고,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퇴 후 영어영문학, 상담심리학을 이어서 공부했어요. 총 세 개의 대학을 거친 셈이에요. 그리고 최근까지는 방송미술 쪽에서 일을 했어요.


방송미술은 밤샘을 하거나 쉬지 않고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어요. 햇수로 3년 정도 일을 했는데, 몸 아픈 곳이 많아지더라고요.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서울에 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다 왔던 기억이 좋은 강릉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김천에 계신 은퇴하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같이 살아보자며 선뜻 함께 이사를 와주셨어요.



부모님과 몇 년 만에 같이 사는 거예요? 불편하진 않나요?


불편한 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고등학생 때도 기숙사 생활을 했으니, 정말 오랜만에 같이 살아보는 거거든요. 그렇지만 또 언제 부모님과 살아볼까, 그런 생각으로 사니까 나쁘지만도 않더라고요.


오히려 부모님걱정이 늘은 거 같아요. 관광도시인 강릉은 주말마다 관광객들이 몰리고, 김천에 비해 물가도 비싸잖아요. 서울 살던 저에게는 느긋하고 조용한 도시인데 시골 살던 부모님에겐 시끌시끌한 도시인 거죠.



강릉에서 친구는 어떻게 사귀었나요?


이사 온 후 '강릉 살자'에 참여했어요. '강릉 살자'는 일자리가 부족해 강릉을 떠나야 하는 강릉시 청년과 지역 네트워크가 없어 이주를 망설이는 타지 청년의 정착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지역 탐방부터 사업계획서 코칭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자연스레 친구들이 생겼어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말은 탈 서울 하신 분들에게 꾸준히 듣고 있어요.

강릉에 와서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고 있나요?


사실 저도 수익적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아직도 서울을 오가고 있어요.

언니가 운영하는 방송미술팀을 스폿성으로 도와주고 있거든요.

뮤지믹비디오, 아트 필름 등을 촬영할 때 필요한 세트제작을 하거나 스튜디오를 꾸며주는 일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비즈공예는 현재로선 주수입이 아니에요.

강릉에 있는 작가님과 공동작업실을 쓰고 있는데, 조만간 개인 작업실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왔다 갔다 하다 보면 힘들더라고요. 혹시 서울로 돌아갈 생각은 없나요?


전혀 없어요.

서울에 갔을 때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출퇴근 시간에 걸리면 '지옥철'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지금은 어떻게 내가 서울에서 살았을까 싶어요.



그러면 강릉 살면서 힘든 점은 뭔가요?


딱히 엄청나게 힘들었던 건 없는데, 굳이 이야기하자면 앞서 말한 수입 때문에 서울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비즈공예에 필요한 재료를 사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는 것.


또 강릉은 차가 없으면 불편한 점이 있는 거 같아요.

차로 가면 금방인데, 시내버스는 한참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버스 대기 시간도 서울보다 길더라고요.



서울에 있을 땐 하지 못 했지만 강릉 와서 해보았던 것이 있나요?


최근에는 강릉한복문화창작소에서 전통자수를 배우고 있어요. 어렵지만 재미있더라고요. 또 시나미강릉에서 운영하는 연극학교에 참여한 적 있어요. 주 1~2회 연극 수업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공연까지 진행돼요. 저는 두 작품에 참여했는데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이라는 극의 술집여자를 연기했었고, '빨래' 극에 뮤지컬을 짜깁기한 작품에 나영이라는 역할을 연기했었어요. 나영이라는 역할은 상경해서 도시생활에 힘들어하는 캐릭터였는데, 더 몰입이 되더라고요.


서울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거나 사람이 많아서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강릉에서는 양질의 강의, 프로그램을 청년이라는 이유로, 시민이라는 이유로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것들이 많고, 프로그램 신청도 수월해서 좋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세요?


지금은 작업을 팔 수 있는 가게를 차리는 것.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비즈공예, 레진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잘 운영하고 싶어요.


조금 더 먼 꿈은 동네 뜨개방처럼 사랑방을 운영하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공간에서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다과도 나눠먹고 작업도 하면서.



강릉에서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예요?


빵을 좋아하는데, '카모메'라고 엄청 맛있는 케이크를 파는 가게가 있어요.

요즘엔 이 카모메에서 케이크를 먹는 걸 좋아하고,

또 허난설헌 뒤쪽 길에서부터 바다까지 걸어가는 산책로를 좋아해요.



서울이탈자들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기록되시길 원하는 분들은 댓글 혹은 인스타그램 DM 주세요. 감사합니다.


Insta

interviewer : www.instagram.com/lee_bo_seul/

interviewee : www.instagram.com/fluffy_fairy.f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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