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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주닝요 Sep 12. 2023

1. 미쳤네...브라질에서 산다고?

갈 곳을 잃고 방황하다 닿은 그 곳,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의 이야기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지구에 구멍을 뚫어 도착하는 지점, 우리나라의 대척점이라고 볼 수 있는 지역은 브라질, 우루과이 동쪽의 남 대서양 부근이라고 한다. 이렇게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국가에 속하는 브라질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별로 많지 않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터라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명실공히 축구의 강국이라는 것, 그리고 부루마블을 통해 리우라는 도시에 예수상이 있다는 것 등이 내가 아는 전부였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나라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이렇게 멀고도 먼 브라질에서 살아가기 전 한국에서의 내 인생은 나름 치열했다.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기에 20대 중반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내가 갖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열정밖에 없었기에 매일을 치열하게 노력했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업무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업무가 일찍 마무리될 때면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벽녘까지 시간을 보내왔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정말 순수하게 아니 멍청하리만치 열정만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기에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지만, ‘꿈’을 좇는 삶을 살고 있다는 신념 아래 밤잠을 줄여가며 열과 성을 다했고 그 결과 내 능력에 비해 과분할 정도로 크고 작은 성과들을 많이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아직도 살아갈 시간이 더 많을 나이이지만 살아가며 가장 큰 성취감을 얻었던 시간임에 분명했고,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으나 이런 성취감들은 나의 무모한 도전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준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무식하게 열심만 냈던 나는 노력도 노련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내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나보다. 나보다 노련함을 갖춘 많은 인생 선배들조차 매일을 의심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노력만하면 그 끝에 삶의 정답이 있다 자신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매일 울리는 전화 한 통에도 가슴 철렁이며 벼랑 끝에 서있는 느낌으로 살았다. 아마추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내 꿈이 철없는 낭만에 젖은 놀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내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왔다. 위기들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주문을 외며, 부유하진 않더라도 스스로 숭고한 가치와 꿈을 지닌 도전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삶에는 그 어떤 숭고한 가치도 남아있지 않았고, 도전하는 삶을 산다고 느껴지지 않았으며, 그저 반복적으로 돈이 될만한 일들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그렇게 나는 점점 더 나를 잃어갔다.


동일하진 않겠지만 상당 부분 비슷한 맥락에서 직장을 다니는 분들 또한 이러한 슬럼프들이 오기 마련이며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요소 중에 하나가 결국 매달 꼬박꼬박 꽂히는 월급이라는 이야기들도 듣곤했다. 하지만 당시 아직 사업의 많은 부분을 구성해가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 상황을 타개할 만한 다른 요소가 보이지 않았다. 창업 성공의 핵심은 그 무엇도 아닌 버티기라는 말이 있다지만 미성숙했던 나에게 3년 그 이상의 시간을 버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꿈을 좇아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을 많은 창업자 분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일반적인 취업이 아닌 사업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하며 '넌 대체 왜 그렇게 사는 거야?'라는 물음들을 받곤 했고 이에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답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질문에 대한 답이 흐려져가고 있었다.


난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되물어 보았지만 나는 내가 선택해 만든 상황과 조건 속에서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점차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브라질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뜬금없이 브라질이라니? 


갑작스럽게 브라질로 향한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브라질에 대한 키워드는 잠금이 걸려져있는 것처럼 제한적이었며, 그나마 알려진 사실은 '치안'이 굉장이 좋지 않다는 것. 브라질을 검색하면 길거리 소매치기와 관련한 다양한(?) 영상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치안과 관련한 여러 부정적 지표들에서 상위권에 랭크돼있는 것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기에 모두가 손사래 치며 나를 걱정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런 만류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외로 이 선택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무언가 꽉 막혀버린 것만 같은 기분, 또 이 기분의 연쇄작용으로 인해 반복되는 악순환, 그리고 이 악순환이 자기혐오로까지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내 삶에 대한 그 어떤 자신감도, 의지도 없었던 시기였다. 생각해 보면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들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삶의 위기들로 받아들여졌고, 당시에는 도저히 상황을 타개할 만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내가 자초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변화가 간절했다. 


그 어떤 선택보다도 신박한 변화 말이다.


가진 거라곤 월세 보증금이 전부였던 당시 그 보증금으로 세계여행을 가버릴까 고민하기도 하고, 요트로 세계 일주한 선장님께 무작정 찾아가 동행을 구걸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삶의 신박한 변화에도 어느 정도의 돈은 있어야 함에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아무 기대 없이 지원했던 해외 파견 프로그램에 덜컥 합격을 했다. 해당 파견 프로그램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국가 중 가장 먼 곳이 브라질이었고, 어차피 세계여행을 염두해두고 있었던 터라 제일 멀리 가면 되겠다는 아주 단순하게 짝이 없는 선택이었다.


마치 내가 브라질을 선택한 것이 아닌 브라질이 나를 선택한 것처럼
그렇게 브라질이었다.


이후 써 내려갈 이야기는 한 철없던 이상주의자가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고 도망치듯 도착한 곳, 브라질에서 경험한 여행기, 생존기, 혹은 성장기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그 시간들을 돌아보고 있는 지금, 현실과 이상 속에서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저질러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그 선택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들을 통해 나도 모르게 억압되어 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온전히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발견해 볼 수 있었던 시간, 그리고 그 시간들을 통해 '나'라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 할지에 치열하게 고민해 봤던 시간들이었음에 분명하다.


모두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이 다르기에 내가 경험하고 써 내려가는 이 이야기들은 어떤 삶의 정답이나 혜안 등을 논하는 그런 숭고하고 철학적 부류의 담론이 결코 아니다. 다만 바라건데, 지구 반대편에서 경험한 이 가벼운 이야기들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삶 속 새로운 물음이 필요한 분들에게 조금의 영감이 되고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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