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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그림 Oct 21. 2022

창힐의 수상한 행적

-부제:《환단고기》에 비해 중국 정사25사가 얼마나 허접한지에 대하여

중국 한자의 창시자로 유명한 창힐의 전설을 보면 여러 가지 문자를 만드는 전설이 모두 창힐의 것으로 둔갑해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창힐이 ‘황제헌원’의 사관이라는 기사가 많지만, 《역대신선통감》에는 창힐이 ‘태호복희’의 신하가 되어 거북 등과 새 발자국을 보고 육서(六書)법을 만든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 창힐은 《환단고기》에도 출연하는데 누구의 신하도 아니고 치우천왕 시절 황제헌원과 같은 어엿한 왕으로 나와 있다.     


《환단고기》〈삼성기 하〉

『이때 천하의 형세는 세 세력이 세 발 솥의 솥발과 같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탁록의 북쪽에 대요(大橈), 동쪽에 창힐, 서쪽에 헌원이 자리 잡고 무력으로 승패를 겨루었으나 서로 이기지 못했다. 당초에 헌원이 치우천왕보다 조금 늦게 태어났으므로 싸울 때마다 불리하였다. 이에 대요에게 의지하고자 하였으나 도움을 얻지 못하고, 다시 창힐에게 의지하려 하였으나 여기서도 역시 도움을 얻지 못했으니, 이들 두 나라는 모두 치우천왕을 추종하는 세력이었다. 

대요는 일찍이 배달로부터 육십갑자의 ‘간지의 술법’을 배웠고, 창힐은 ‘상서로운 그림의 글자(부도지문 符圖之文)’를 배웠다. 이때 모든 제후는 치우천왕의 신하가 되어 섬기지 않는 자가 없었는데, 이 또한 배달로부터 문물을 배워갔기 때문이다.』     


위 기사에 창힐이 중국에서 문자의 신으로 숭앙받는 이유가 나왔는데, 바로 녹도문을 중국 최초로 배워서 전파했기 때문이다.

즉, 위 기사의 부도지문(符圖之文)은 녹도문이 틀림없다.

뒤에 설명되지만, 이 녹도문에서 한자가 나오는데, 이렇기에 창힐이 한자의 창시자로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역대신선통감》에는 창힐이 육서(六書)법을 만든 것으로 나온다.

이것은 매우 의미심장한데, 왜냐면 창힐이 배운 녹도문이 바로 육서(六書)법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육서(六書)법은 한자(漢字)의 조자(造字) 원리로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전주(轉注), 가차(假借)의 여섯 가지를 말한다.

뒤에 설명되지만, 녹도문이 한자와 똑같기에 조자 원리로 이 육서법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창힐에 관한 중국 기록은 신시배달국으로부터 배워간 창힐의 행적을 지우고 이를 창힐이 만든 것으로 바꿔치기한 기록이다.     


이는 창힐 전설의 문자를 창제한 과정을 묘사한 여러 전설을 보면 더욱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우린 우서(雨書)의 글자 모양을 이미 알고 있기에 새 발자국을 보고 만들어진 글자가 필시 우서(雨書)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왜냐면 아래와 같이 새 발자국과 똑같이 생긴 글자도 있기 때문이다.                                     


우서(雨書) 중 조족문(鳥足文)


그런데 이를 한자를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우서(雨書)의 찐 창제자인 자부 선생의 일화가 엉뚱하게 창힐에 붙어있는 것이리라.     


따라서 창힐의 전설 중 새 발자국 외에 사슴 발자국과 호랑이 발자국도 나오는데 이 모두 우서(雨書)의 창제 과정에 관한 전설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앞서 《환단고기》에 나오는 ‘태고 문자(太古文字)’의 정체도 바로 우서(雨書)일 것이라는 것이었다.     


또 창힐의 문자 창제 전설에 나오는 ‘거북 등 문양’은 필시 갑골문을 묘사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사를 남긴 사람이 살던 시대에는 이미 갑골문을 만든 상나라는 이미 전설로 변해서 땅속에 묻힌 것이다(안양 소둔촌 은허 유적).     


또 창힐이 해, 달, 구름, 산, 강, 호수, 바다 등 날짐승과 들짐승까지 각종 사물의 특징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림으로 그려내 많은 상형문자를 만들어냈다는 전설은 녹도문을 창제하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녹도문이 곧 한자이므로 창힐이 한자를 만든 주인공이라면 이 전설이 가장 올바른 전설일 것이다.     

또 창힐이 별자리와 자연을 관찰하며 만물을 대표하는 부호들을 만들었다는 전설도 녹도문 창제 전설을 창힐에 갖다 붙인 것이다.     


이렇듯 《환단고기》에 나오는 여러 문자의 창제 원리가 오롯이 창힐의 한자 창제 원리로 몰아져 있다는 것을 녹도문과 우서의 글자 모양을 알고 있는 우리는 대번에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자의 존재를 모르는 중국 사가들이 되는 대로 창힐에 갖다 붙여놓아서 이렇게 앞뒤가 전혀 안 맞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창힐 전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창힐의 사적으로 갖다 붙였으나 이들 중국 기록으로부터 녹도문의 조자 원리가 육서법이라는 정보를 얻은 점은 매우 뜻깊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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