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비가 내립니다.
많이는 아니고 보슬보슬 아주 작게, 조금씩요.
나는 침대에 고양이처럼 엎드립니다.
두 발을 따뜻한 이불아래로 넣고요.
피곤이 안개처럼 내 몸에 내려앉아요.
추석차례상을 마련하느라 이틀은 바쁘게 지냈구요.
오늘 아침엔 작은집 식구들과 차례상을 차려 조상님께 인사까지 드렸으니까요.
손을 뻗어 머리맡에 놓여있는 책을 펼쳤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일본작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책입니다.
조금 읽은 느낌은 매우 간결하고 짧고 명료한 문장이지만,
매우 감성적인, 딱 내 취향인 글입니다.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서너 번 정도 난 후,
몽롱해지며 기분 좋은 나른함이 나의 머리를 자꾸자꾸 앞으로 쓰러뜨리는군요.
이대로 고꾸라져 낮잠까지 도달한다면 참 달콤하리라는 유혹이 듭니다만,
남들의 황금 같은 연휴를 낭비하는 것도 예의는 아닌 듯하여 다시 눈을 동그랗게 떠봅니다.
거실에선 뭔가 분주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남편이 여기저기, 차례 지낸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침대 위의 나는 마지막 책장이 넘어갈 때까지 이렇게 엎드린 고양이 자세를 멈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추석날 오후,
어느 노부부의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