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허리, 무릎, 발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칩니다.
어제의 손님맞이가 좀 과했나 봅니다.
아직도 추석연휴는 끝나지 않았고 오늘도 할 일이 남아있는 듯합니다.
그리 멀지 않아 자주 뵙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절인사를 해야겠지요.
총기는 여전하시지만,
아무래도 움직임은 그리 여의치 않으십니다.
그분은 내년이면 백세가 되실 나의 친정아버님이십니다.
그 시간 동안에 우리도 노부부가 되었답니다.
천지가 노랗게 물든 가을들녘에는 다행히 비가 멈췄습니다.
밤꺽정이가 굴러다니는 산골짝길은 콧노래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시골집에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여전히 유머를 잃지 않으신 멋진 할아버지와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도 결국, 인생은 쓸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서늘함도 지나가더군요.
얼른 뜨거운 국밥을 퍼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차에는 싱싱한 채소꾸러미가 잔뜩 실려있습니다.
기분이 다시 밝아지는 느낌입니다.
아직은 멋진 할아버지의 인생을 근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말입니다.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시골집입니다.
집에서는,
느지감치 명절 끝내기 총정리를 시작합니다.
이런 일에는 퇴직 후 발현된 남편의 뛰어난 잠재능력을 깨워주면,
반짝 반짝하게 끝이 나곤 합니다.
나는 돌아서서 씨익, 늑대의 입꼬리를 올립니다.
내일은 소파와 한 몸이 될 계획입니다.
아무도 날 찾지 말아 주세요.
굿바이 추석.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