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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지붕 Aug 31. 2024

슬기로운 노년일기

그리움의 달걀말이



며칠 집을 비우니 냉장고를 비워야 한다. 비어 가고 있는 냉장고에는 팽이버섯과 달걀이 남아있다. 다행히 팽이버섯이 싱싱하니 달걀말이나 해줘야겠다.


욕심껏 넣은 팽이버섯 때문에 달걀물이 두툼하게 퍼진다. 이게 말아질까? 억지로 접으니 동그랗게 가 아니고 세모가 되고 만다. 요리조리 굴려가며 속까지 익힌다.





 그 옛날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던 시절의 달걀말이 생각이 난다. 


 이십여 년 전 딸아이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에서 점심급식이 되지 않아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야 했다. 이른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나는 도시락 반찬 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중 제일 만만했던 도시락 찬이 달걀말이었다. 당근을 넣으면 빨간색이 나오고, 피망을 넣으면 초록색, 양파를 넣으면 하얀색달걀말이가 나왔다. 모양도 잘 말아지면 동그란 모양이지만 오늘처럼 세모도 되고 때론 네모도 나왔다.






 그놈이 그놈인 달걀말이를 보고는 빨간색이라고 감동하고, 세모라고 손뼉 치며 좋아하던 딸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바쁜 엄마의 궁여지책 속에 탄생한 달걀말이를 좋아하던 그 중학생 딸은 지금도(두 아이의 엄마) 여전히 달걀말이를 좋아하고 나는 여전히 달걀을 말고 있다.

 분명 행복했을 그 시간이 그립다. 

 오늘은 딸아이와 긴 수다라도 떨어야겠다.






                                세모모양의 팽이버섯 달걀말이


달걀말이는 알고 있다.

우리들의 지나간 시간과 추억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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