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읽는 책
사흘째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비단이 때문에 오분 대기조가 되어 버린 나의 사흘.
아직 심장의 기능이 완벽하지 않은 비단이는,
열이 오르면 부정맥이 나타나기 때문에 비단이의 열은 우리집의 태풍의 눈이 되고 만다.
부정맥이 뜨면 가능한 한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
우리 동네 대학병원응급실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서울대학병원으로 가야 하니,
119를 또 불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비단이를 지켜보느라 밤잠을 설친 비단이 엄마를 쉬게 하려고 오분 대기조가 떴다.
열이 올라 칭얼거리는 비단이를 씻기자 내 등에 와서 매달린다.
할머니등에 업히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비단이를 업고, 왔다 갔다 하며 달랜다.
잠이 들었는지 조용해진다.
내려놓으면 깰 듯하여 계속 서성이다 식탁 위에 책장을 폈다.
선 채로, 이렇게 짬짬이 읽는 책이 오히려 불안한 내 마음에 위안이 된다.
한 장, 두 장 넘어가는 책장사이로 비단이의 숨소리도 안정되어 간다.
별일 없이 조용히 열이 내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