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저녁으로 라면을 먹어서 그런지 물이 자꾸 당긴다. 사실 라면에 면보다 떡이 더 많았다. 엄마가 일전에 보내준 떡국용 떡을 해치워야 했기에 선택한 결과물이었다.
사랑니 상담을 위해 치과를 갔다. 치과 이름도 연세사랑니치과병원. 사랑니 발치 전문 치과라 뭔가 믿음이 갔다. 신경을 건든다는 수평매복니도 문제 없이 뽑아줄 것 같은 이름.
하지만 15만원을 불렀다. 생각해본다고 답변하곤 돌아왔다. 원장 진료비는 9300원. 진료 본 시간은 몇 분이더라.
다른 병원들을 알아봤다. 사랑니 뽑는데 대체적으로 10 정도였던 듯하다. 약 5년 전 사랑니 발치했을 땐 내가 1만원 정도로 기억했다. 그 동안 물가가 오른 것도 맞지만 이 정도면 코인 수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신촌에 유명하다는 사랑니 전문 병원을 검색했다. 그곳도 10 선이었다. 공장형으로 유명한 잎사귀 병원. 후기는 갈렸다.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실력은 좋다. 요약하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고민됐다. 경희대치과병원도 10이었고 대학 병원 급은 대부분 10 선이었던 것 같다. 사실 어디든 10이었기에 10 정도면 고민하지 않았을 듯하지만 걸리는 게 있었다.
예약금 5만원. 응? 무슨 병원이 예약금을 받을까. 어디 에스테틱에 온 듯했다. 원장실엔 헬스기구가 보였다. 운동을 좋아하는 분인가.
사랑니가 신경을 건들 수 있다, 코의 호흡하는 부분과 인접해 있어 간혹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러 잘못될 가능성을 얘기해주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들을 땐 헉, 하면서 걱정되지만 사실 시간이 지나면 별 생각 없다. 라식도 잘못하면 뭐 눈에 이상 가는 것 아니겠는가.
세상에 100프로는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태연해졌다. 내 사랑니는 왜 이럴까 생각도 했지만 하릴없지. 4개가 수평매복니라는 환성적인 유전을 타고 났다. 그 중 왼쪽은 잘 숨어 있고 오른쪽 친구들은 자꾸 밖으로 나올려고 한다. 나올 거면 좀 정상적으로 나오든가. 자꾸 왜 어금니를 건들고 난리냐고. 안 아프면 함께 갈 텐데.
인터넷을 보면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이빨 사진이 많이 보인다. 저분도 잘 뽑았는데 나도 잘 뽑지 않을까. 아 근데 이거 보험 안 되나?
보험 되는데도 10이나 깨지나? 말이 되나. 원래 사랑니는 돈 안 되는 거로 유명하지 않았나 등 여러 생각이 오간다. 하지만 방법이 없기에 자꾸만 목이 탄다.
고민이다. 1-2주는 그래도 지장이 갈 텐데. 사랑니 지금이 적기인데 어디로 가야할질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는 왜 돈이 그만큼 깨지는지가 의문이다. 발치, 시티, 마취주사? 뭐! 이것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왜 비보험으로 적용되는 것들이 붙는 걸까.
그런데 사랑니 발치도 실손 보험 적용 되나.
국어 학원 면접을 보기로 했다. 약 2-3년 만에 복귀인 듯하다. 물론 복귀가 실패할 수도 있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난 가르치는 것엔 재주가 없는 편이다. 그냥, 음. 공부와는 거리가 먼 타입이고 누군가에게 입력값을 잘 주입 못 시킨다. 난 스스로 입력값 -> 출력값 이 생활을 반복해온 것 같다.
외장하드를 들고 자꾸만 이동 중인 요즘. 알바를 그만두길 잘 한 것 같다. 문제는 당연히 있다. 사랑니 발치에 쓸 돈도 없다는 것. 최근 워크샵 하나를 봤다. 참여비가 20. 고민하다 결국 안 하기로 했다. 물론 돈 때문은 아니다. 일정적인 부분이 겹친 건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그 돈에 자꾸만 망설여진 건 사실이었다. 내가 일정에 문제가 없었어도 참가했을까.
통장을 보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질 못 하겠다. 그래서 학원 강사에 다시 연락을 한 거다. 돈은 벌어야 되니까. 행사 알바를 하려고 하는데 인력을 구하는 글이 잘 안 올라온다. 단편영화를 찍으니 돈은 돈대로 나갔는데 이걸 참.
테슬라는 자꾸만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어휴, 주식을 하질 말아야지.
생활비 대출을 받을까 생각했다.
몸이 자꾸만 피곤하다. 감기에 걸린 것처럼.
운동 안 한지가 오래된 탓인가 싶다. 헬스장 기간이 만료가 약 6개월 전이었으니 반 년 동안 운동을 안 한 셈이다. 헬스장 1년 등록비가 36만원이다. 한 달 3만원은 괜찮은 금액으로 느껴지는데 왜 36만원이라고 하면 이렇게 부담되는 걸까.
9일 날엔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영화를 찍었다. 사실 영화동아리라길래 중앙동아리인 줄 알았으나 과동아리였다. 밤 11시까지 찍겠다는 그들. 문제는 막차였다. 역시나 난 막차를 놓쳤고 건대에서 택시를 타야 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아낄려고 중곡까지 버스 타고 가서 택시를 탔지만 사실 도긴개긴이었다.
15000원이 나온 택시비를 보며 고민했다. 연출한테 연락할까. 아, 근데 학생들이라 좀 미안한데. 근데 서울대 애들인데 돈은 많지 않을까. 그냥 그런 생각하다 포기했다. 됐다, 그냥. 학생들한텐 돈 안 받을란다.
그런 생각을 속으로 가진 지 이틀 만에 난 지금 사랑니 발치 금액으로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된 게 사랑니 발치보다 돈이 더 머리가 아프냐. 안 뽑았다간 내 20년 뒤가 암울해지겠지.
아까 저녁으로 라면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켰다. 유퀴즈, 대화의 기술 편이었다. 대화도 노하우가 있다고 전문가는 말했다. 맞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니까.
영상을 보면서 나를 돌아봤다.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좋게 말할 수 있는 걸 난 왜 그런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