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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11. 2023

동이 터오는 월요일 새벽의 주절주절

저는 잠을 잤을까요 안 잤을까요? 

1. 당분간은 짧은 글을 최대한 많이 써보려고 한다. 글은 길게 써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고 글을 길게 쓰는 걸 좋아하기도 했었어서 이 전의 글을 보면 다 긴 편인데, 좀 줄여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길게 쓰는 걸 좋아한다고 했지만 긴 글을 쓸 때는 고려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며칠 전에 짧은 글을 써봤는데 (하지만 총 13개의 주제가 있는..) 이 13개의 글을 쓰기에는 총 40분도 안 걸렸다.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글을 쓰다 보니 글 쓰는 시간도 줄었다. 무언가의 강박을 없애기 위해서는 반대의 일을 해보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으니 당분간 짧게 쓰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낄낄 귀찮아서는 절대 아니고. 앞으로 한 주제에 딱 3 문장까지 글을 줄이는 게 내 목표!


2. 며칠 전 오펜하이머를 봤다. 너무 감명 깊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마지막 장면에는 눈물이 주룩 나왔다. 심야로 본 거라 영화관 안에는 딱 4명?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진짜 웃겼던 건 다 혼자 보러 온 사람이었다 (물론 나도.) 마지막 장면을 보고 아 나도 곧 저들 중 하나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로 아이맥스 표를 끊었다. 어제 2차를 봤고 똑같은 장면에 똑같이 울었고 또 아이맥스 표를 끊었다. 


3. 며칠 전에 술을 먹고 다쳤다. 다행스럽게도...... (진짜) 인중만 꿰매고.. 이를 때우고 끝났는데 그때 당시는 엉엉 왜 나는 칠칠맞아서라고 자책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또 하나의 추억이다. 누가 이렇게 어? 30살 먹고 어? 넘어져서 어!!?!?!....! 남 들보다 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치고 웃어넘기려고 한다. 후. 차라리 코를 다쳤으면 새로운 내가 되었을 텐데. 


4.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admire.. (존경, 공경까지는 아닌데.. 여하튼..)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말투나 행동을 따라 한다. 지금도 물론이고 이전의 나는 그 사람의 표정까지도 따라 하려고 했다. 지금의 나는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만든 나일 거다. 나와 함께해 준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후후 나의 한 부분을 함께해 줘 너무 고맙다. 


5. 내가 다니는 헬스장은 사우나가 같이 있는 헬스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 드신 분들이 아침, 저녁으로 많이 오신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씻고 나서 노곤노곤 탕에 들어가 있다 보면 내가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내 귀에 들어온다. (나는 우리 아파트 102동 nn01호의 둘째 따님이 낮에는 회사일을 하고 밤에는 과외를 하시면서 투잡을 뛰는 걸 알고 있다.) 이렇게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올 때마다, 나는 저렇게 늙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에 대한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는,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6. 엄마랑 한 판 했다. 음 사실 내가 당했다. 엄마는 내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했을 테지만 항상 듣기 싫은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 나는 행복해지기보다는 더 불안해질 뿐이다. 싫은 소리를 잘 못하기 때문에 엄마가 5번 이야기하면 1번 정도 그 이야기는 불편하다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엄마는 엄마다. 멈추질 않는다. 그리고 오늘은 그 말에 살짝 상처를 받기도 했던 것 같다. 엄마에게 화를 내고 집으로 왔는데 엄마는 그저 카톡으로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는 말만 남겼다. 상처를 더 받은 것 같다. 


7. 며칠 전, 예전에 받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추억팔이를 좋아하는 나는 이전에 받은 편지를 다 소장하고 있고 그 편지들을 자주 읽기도 한다. 근데 그중에서도 가장 손이 안 가던 편지가 있다. 대학생 때 주고받은 룸메와의 편지인데 이 편지를 볼 때마다 나쁜 내 모습이 생각나서 손이 잘 안 갔다. 그때 사소한 다툼이 있었고 아직 미성숙했던 나는 치기 어린 마음에 화해의 손을 뻗지 않았다. 약 2달 동안 서먹서먹 지내고 본인의 마음을 편지로 전한 룸메의 글을 보면서 너무 미안했다. 지금 보면 별거 아닌 일인데 그렇게 화낸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이다. 지금 그 친구를 만난다면 더 잘해줄 수 있을 텐데. 연락해, 언니가 사과도 다시 하고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8. 말을 해놓고 후회할 때가 많다. 남의 슬픔을 건드리지 않는 말을 꺼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아 이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이런 말을 했을 때 바로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면 되는데 항상 지하철을 타거나 혹은 침대에 누울 때서야 느낀다. 나.. 어쩌면 진짜 나쁜 사람일 수도. 엉_엉. 이번주는 후회하지 않도록 이쁜 말만 해야겠다. 


9. 오늘은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일어난 거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잘 못 자는 경향이 있는데 오늘이 바로 스트레스 가득의 날인가 보다. 나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잇몸이 녹는다는 느낌이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이가 시리다. 뭐.. 오히려 좋다! 더블 미라클 모닝했다고 생각해야지~! 아침에 일찍 일어난 김에 글도 쓰고 운동도 빨리 가야겠다.


10.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 말 들은 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 머릿속에 나타난다. 이 말 들을 글로 표현하는 게 좋은지 혹은 말로 표현하는 게 좋은지 모르겠는 때가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오히려 말을 더 아끼게 된다. 이 하고 싶은 말이 그 사람에게는 온전하게, 내가 정말 의도한 대로, 표현되었으면 좋겠는데 표현을 못하겠어서 더 말을 아끼게 되는 것 같다. 슬프게도 아끼다가 똥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하지 못하고 계속 쌓아왔던 말들 중 반은 까먹고 반은 전하기엔 애매한 타이밍이 되었다. 지나간 나의 생각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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