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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17. 2023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의 주절주절

비가 오더니 바람이 차다. 내 계절이 오고 있다. 

1. 며칠 전 큰 일을 치르고 왔다. 원래 큰 일을 치를 때마다 본인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던데, 이 말 그대로 이번 주는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내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그렇게 완벽하게 살아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남 부끄럽지 않게 살지 않았나 싶다. 언제쯤 아! 완벽한 인생이었다.라는 말이 나오려나. 


2. YouTube를 보다가 키가 20대의 모든 실수를 고쳐나가는 기회가 있어 30대가 너무 즐겁다고 이야기한 영상을 봤다. 처음에는 엥? 20대의 실수가 후회되지 않나? 오히려?라는 생각을 했지만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이해를 하니 아직 좀 더 남은 내 30대를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알차게 살고 있지만, 이 것보다 좀 더. 


3. 요즘 느끼는 건 요즘따라 머릿속에 너무 '회사'가 가득 차있다는 점이다.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주말에 컴퓨터를 한번 들여다보게 되고, 예전에 했던 업무를 다시 보면서 아 이 업무는 이 방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가장 위험하다고 느꼈던 건 맛있는 거, 좋은 거 볼 때마다 팀원들이 먼저 생각나고, 팀원들이랑 일을 할 때 너무 즐겁다. 하, 거의 뭐 팀원들 짝사랑 중이다. 마음을 조금 지워나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4. 주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만약 행복하지 않은 때라도 내 작은 말 때문에 조금이라도 웃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또.. 이건 잘 못한다. 혹시라도 행복한데 내가 괜히 행복하지 않다고 단정 지어버리는 걸까 봐, 그래서 다가가기 어렵다. 다정한데 다정하지 못한, 반 쪽만 다정한 사람이다 난. 


5. 주말에 뭐 해?라는 질문을 들으면 '집에 있었어요'라는 대답을 매주 한다. (진짜 집에 있어서....) 그래도 2년 전까지만 해도 주말에 뭐 해?라는 질문에 문화생활을 했다거나, 어딜 여행 다녀왔다거나 다양한 대답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집순이가 되어있었다. 나가서 전시 보는 게 하나의 행복이었는데... 훌쩍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 뒤) 그래서 나는 방금 시드니행 표를 끊었다.


6. 시드니행 표를 끊은 이유는 어제 버스에서 만난 한 남자의 영향도 있다. 오랜만에 강남에서 수원 오는 버스를 탔는데 내 뒷자리 남자분이 영어,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전화통화하는 걸 내내 듣고 왔다. 평소였으면 이 전화통화가 귀에 거슬렸을 수도 있지만 그 전화통화를 들으면서 헐 나도 영어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하,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시드니 가서 원 없이 영어 써야지. G'day 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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