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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Nov 07. 2023

가을의 끝을 알리는, 가을비가 오는 날의 주절주절

비 오면서 날씨가 진짜 추워졌어요. 새로 산 목도리 쓸 때가 왔다!

1. 저번 글에서 언급한 '새로운 취미'를 나도 모르게 방탈출로 정했나 보다. 11월이 시작한 지 아직 6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5개의 테마를 했다. 네 개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하나는 이 전 직장 친구들과 함께. 바로 오늘. 늦바람이 무섭다고 고등학교 친구들은 저번 달에 한번 했다가 아주 제대로 빠져서 한 달에 1~2번은 꼭 방탈출을 해야 한다며 벌써 12월 날짜도 잡아놨다. 하면서 질리지 않는 거 보면 취미로 딱인 것 같은데 가격이 좀 나가기는 해서 부담스럽긴 하다. 다음 달엔 테마 하나만 해야겠다.


2. 방탈출이라는 주제 때문에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이 전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이전에는 세 달에 한 번이었다면 요즘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난다. 서로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부대끼게 되니 서로 더 친해지는 게 느껴진다. 최근에 만났을 때는 지금까지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이 나빴다기보단 미안함, 그리고 고마움이 느껴지면서 '아 이게 바로 완전한 신뢰인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친구들이랑 술 마실 때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술 마실 때 더 취하는 게 질투 난다(ㅋㅋ아 표현이 너무 귀여웠다).라는 말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연말에는 아예 집에 불러서 코 삐뚤어질 때까지 마시는 모습 보여주기로 했다. (근데.. 친구들아 너네랑 마실 때는 8시간을 마시잖아.. 길게 마셔서.. 중간에 깨니까 그렇지..)


3.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요즘 내가 행동하는 나의 모습은 전혀 '좋은 사람' 같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사실 좋은 사람의 정의가 뭐야?라고 한다면 아직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진 않아서 각 카테고리마다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내가 세운 나의 기준은 10명에게 내 이름을 이야기했을 때 8명 정도만이라도 '아! 그 사람 계속 연락하기 좋은 사람이지'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사람. 이 좋은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요 근래에 했던 행동들 혹은 생각들을 되돌아보면 내 이름을 듣는 10명 중 과연 2명만 '으 그 사람 별로'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것 같다. 아직 몇 명이 '그 사람 별로'라고 이야기하는지 모르니 빨리 한번 파악해 보고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알아봐야겠다. 바쁘다 바빠.  


4. 돈은 사람의 본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든다. 나는 분명 우리 외조부상에서 우리 외갓집은 다들 서로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는, 너무 좋은 가족이라고 생각했고, 우리 남매들도 이렇게 서로서로 의지하는 남매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중간에서, 아무런 욕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흙탕 싸움에 잠식되는 엄마를 볼 때마다 나도 불편해지고 기분이 다운된다. 나중에 동생들한테 우리는 미리 계약서 써놓자고 이야기해야겠다. 내가 진흙탕 싸움에 들어가긴 싫으니까.


5. 내가 생각했던 확신에 대해, 갑자기 다른 의견이 들어오게 되면 난 너무 크게 혼란을 느낀다. 처음에는 내 확신에 대해 의심하고, 내 확신이 다르지 않음에 대해서 또 다른 근거를 찾고, 그리고 내 확신이 다르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어디서 내 확신에 대한 의심이 생겼는지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모든 과정들이 나에게는 너무 벅차고, 너무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내 기분도 이 감정을 통해 업다운이 생긴다. 이 감정의 업다운이 내 확신에 대해 아직 더 큰 확신이 없다는 걸 내가 의심해서인지, 아니면 내 확신에 대해 반대의견이 있어서 그런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난 언제쯤 나를 다 파악할 수 있을까?


6. 나에게는 들으면 그날의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이 몇 개 있다. 내가 너무 힘들 때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가을의 밤공기가 느껴지고, 가슴이 너무 답답해 밤에 드라이브를 하며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그때 창문을 내리고 느낄 수 있었던 밤바람이 느껴진다. 그리고 엄마와,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공기를 그대로 들이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주 애석하게도 이런 노래 들은 행복할 때 들었던 노래보다는 슬플 때 들었던 노래가 더 많다. 내가 행복할 때가 많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행복할 때 노래를 많이 듣지 않아서인지는 답을 찾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내 답은 후자에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


7. 요즘 행복하니?라고 물어보면 '아니요'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 분명 최근까지는 '아 ~ 뭐 행복하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불행하지는 않습니다.'라는 대답을 생각하지도 않고 내뱉을 수 있었다면, 감정이 바뀐 지금은 '그러게요 행복할까요?'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 더 불행하다는 건 아직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거다. (이유를 알기 위해 눈물의 시간도 가졌다.) 물론 모든 감정의 이유에 대해서 찾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찾는다면 찾아지는 게 감정의 이유일 텐데. 이번주에 혼자만의 시간을 너무 못 가져서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업무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고, 아니면 가족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 아직까지는 뭐가 제대로 된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감정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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