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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pr 30. 2024

함박웃음

잡담.

십여 년 전. 학창 시절 참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어요. 군 복무시절 휴가 때 지방 소도시에서 의경으로 근무하는 그를 찾아가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했지요. 그때 저희는 카메라를 빌려 사진도 찍고 다방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으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어요. 참 즐거웠죠. 전 아직도 그때 면회를 나오며 저를 보고 활짝 웃던 그 친구의 얼굴이 기억에 또렸해요. 그래서 제 기억에 그는 늘 함박웃음을 웃는 다정한 친구로 남아있죠. 그런데 장례식장을 찾으니 그의 영정 사진에는 웃음이 없어요. 그냥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표정이었죠. 이는 다문 그 친구만 그런 게 아닐 거예요. 우리 주변 대부분의 영정 사진이 이와 같죠. 그래서 전 이게 참 마음에 그렇더라고요. 왜 사랑하는 주변인과의 마지막 모습이 이렇게 무표정해야 하나고 말이죠. 그런 이유로 저는 지금 혹시나 제가 죽게 되면 쓸 영정 사진을 만들기 위해 늘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요. 그리고 가족들에게 만약 그렇게 되면 제일 잘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써라고 당부도 해 놓았고요. 제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들이 활짝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저를 보고 마음이 밝았으면 해서요. 밝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면서 말이죠. 장례식장이라고 해서 모두 이렇게 엄숙할 필요가 있나요. 외국의 어느 나라처럼 춤추고 떠들썩하는건 아직 우리의 정서에 안맞지만 그래도 가끔 이런 미소도 있으면 좋잖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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