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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29. 2024

초상

잡담

혹여라도 내가 죽게 되어 내 초상날이 오면 이걸 따라라. 먼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인 이문세의 ”옛사랑“을 비롯해 내가 살아 즐겨 듣던 음악 마흔 곡을 선곡해 두었으니 장례식동안 종일토록 이 노래를 틀어라. 그리고 영정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 중에 제일 활짝 웃는 사진으로 골라 써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마지막 모습을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모습으로 보고 기억하게 되는 것이 나는 싫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내 수의를 삼배옷으로 입히지 말아라. 내 어머니가 맞춰주신 양복을 곱게 입히기 바란다. 살아 입어본 적도 없는 삼배옷이 죽어서 웬 말이냐. 내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내가 살아 입던 옷을 입혀라. 이미 죽은자가 말하는 소망이 왠말이겠냐만은 그게 내가 바라는 내 초상날의 내 소망이다.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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