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연대, 깊은 몰입> 첫 독서 모임
독서 모임은 글쓰기 모임과 성격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나로서는 2주 연속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고 나름 준비를 했지만, 세상에! 내 계획과 틀어진 점이 무려 3가지나 있었다.
이번 후기는 내 예상과 현실을 비교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정리하는 방식으로 적어나가겠다.
우리 모임은 토요일 오후 2시 혹은 3시에 진행한다. 그래서 지난 주엔 모임 이틀 전, 목요일 밤까지 참가비를 받고 22:00에 스터디카페 예약을 했다. 그땐 스터디카페 자리가 꽤나 여유 있었기 때문에 '이틀 전 밤에 예약해도 괜찮네'라고 생각했었다. 안일한 생각이었다. 두 번째 모임을 예약하려고 목요일 밤에 봤더니, 모든 방이 꽉 차 있었다! 세상에! 그리고 인근 스터디카페들도 우리 모임이 진행되는 시간에 자리가 거의 없었다. 세상에! 정말 다행이도 근방에 딱 한 방이 있어서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미리 공지했던 스터디카페가 아니었기에... 장소를 햇갈리신 분이 계셨다. 카카오톡과 소모임 채팅으로 여러 번 공지를 했지만, 모든 사람이 채팅을 읽지는 않는다. 공지를 하면 어떻게든 지키는 편이 좋겠다, 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다음 모임부터는 하루를 더 당겨서 수요일 밤에 예약을 하기로 했다.
이건 정말 나의 실수가 맞다. 왜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거의 10년 가까이 독서 모임을 참여하면서 '책을 읽어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막상 내가 운영할 때는 이를 고려하지 못했다. 참나! 나는 참여자들이 '책도 읽어오고, 미리 공유해준 질문에 대해 답변도 준비해올 것'으로 기대했던 것! 당연히 아무도 준비해오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나조차도 귀찮아서 대충 준비했었다...
모임 당일, 나는 텅 비어버린 답변 목록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아! 모임장의 열정을 멤버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겠구나!' 그리고 이때, 나는 우리 모임의 정체성을 정했다.
따로 준비하지 마세요! 몸만 와도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그래서 글쓰기 모임처럼, 아무 준비 없이 와도 (물론 책은 읽어야겠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이번 모임 90분 동안 어떻게 운영했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5분 : 자기소개, 모임 운영 방법 설명하기
20분 : 미리 공유한 질문에 답변 작성하기
40분 : 작성한 답변을 함께 보며 대화
20분 : 답변 외에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 흥미로운 생각 등을 공유
5분 : 모임 후기 설문, 마무리
모임 정체성(몸만 오세요!)을 지키며, 처음 20분 동안 답변을 고민할 시간을 함께 가졌다. '숙제'의 부담을 완전히 배제하면서, 보다 유익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나의 신묘한 계책(?)이었다. 게다가 미리 준비한 질문까지 최대한 활용했으니 1석 3조랄까. 조랄하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동안, 같은 활동을 하게 상황을 조성하면 대부분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 20분은 생각보다 짧지 않은 시간이며, 집중할 경우 책에 대해 꽤 깊은 숙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처음 20분 동안 참여자들이 답변을 정성스레 작성해주셨다. 나는 답변의 수준을 보고 '아! 마음이 놓여~'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진행하지 않아도 충분히 얘기가 오갈 만큼 다양하면서 유용한 답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본인이 작성한 답변을 읽도록 유도하고, 사람들끼리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먼저 지켜보기로 했다.
'띠용. (머뭇머뭇;;)' 이 정도로 상황을 요약할 수 있겠다. 자기 답변을 읽고, 추가 설명까지 했음에도 선뜻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독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내향적인 사람들이다. MBTI로 얘기하자면 맨 앞이 I인 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듯했다. 반면 나는 어디에서나 드는 생각을 표현하는 편이다. 불만이 있어도 근거가 분명하다면 직급도 가리지 않는 편이다. 이런 내게 '말하기를 머뭇거리는' 상황은 크게 예상 밖이었던 셈...
그래서 진행을 시작했다. 주로 답변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중요하거나 혹은 사람들이 관심있어할 만한 포인트를 짚어서 질문을 이어나가는 식이었다. 판이 깔리자 사람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현장의 분위기를 보면, 분위기가 형성되자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물어봐주면 그때 한보따리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이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었다.
- 많은 사람들이 솔직한 의견을 표출하는 데에 눈치를 보는구나
- '모임장이 시키니까 말하는 거다'처럼 남들이 봤을 때 확실한 명분이 있지 않으면, 정말 좋은 의견도 말하지 않는구나!!
아!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가 가슴에만 머물다가 희미해졌을까! 나는 모임을 이끌며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리고 모임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힌트를 얻었다.
꽁꽁 감춰둔 생각을 말로 꺼내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매번 짧게 쓰려고 하는데, 왜 자꾸만 길어지는 걸까?
어쨌든, 나는 이번 모임 중 나왔던 몇 가지 의견까지 소개하고 싶다. <노인과 바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명작이지만 이번에 대화를 나눈 것처럼 깊고 다양하게 고민한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래 이미지는 모임 참여자들에게 공유해주는 일종의 '모임일지'다. 모바일 화면에서 잘 보이도록 만들었으니 글을 굳이 풀어쓸 필요는 없겠다. 그럼 <노인과 바다> 독서 모임 후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