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루 Jan 13. 2019

내가 오직 해야 할 일은



"뿌리니 싹이 났다. 

물을 주니 자랐고 과실을 맺으니 수확했다."



나의 농사일지를 두 문장으로 정리하면 위와 같을 거다. 농사가 힘들다. 는 명제를 부정하고 싶진 않지만 어째서인지 도시인의 첫 텃밭일지는 온통 일이 잘만 풀렸다. 기우제를 지내야 한다는 말이 나올만큼 물이 귀했지만 내 작물들은 비가 오는 때를 잘 맞아 무럭무럭 잘 커줬고 유기농 밭이라 변변한 병충해 예방도 제대로 못했지만 목초액만으로도 잘 버텨냈다. 짐승같은 번식력은 차치하더라도 상상했던 메뚜기떼의 습격이랄까, 싹 다 말라 처참한 밭을 볼 일이 없다니.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이 기분은 뭘까? 






내 노력이 보상받았다는 건 아니지만 내버려두었더니 잘 자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같은 거랄까.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