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바삭 햇볕이 쏟아진다는 누군가의 표현이 떠오르는 여름날.
머리 위로 태양이 비치는 수준을 넘어 지상의 모든 것들을 가열한다는 느낌이 들면 일부러 밭으로 나가 농작물을 살펴보는 일이 힘들어지는 수준을 넘어 고역이 된다. 볕이 너무 뜨거워 해뜨기 전인 새벽5시 경에 집을 나서지 않으면 수확은 꿈도 못꾸는 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저녁에 가자니 모기떼의 습격이 두려웠다.
최악과 차악을 고르는 일.
탐스러운 수확물들은 차치하고 그저 여름의 험난한 계절감을 온 몸으로 체감하는 일만이 눈앞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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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체로 새벽녘에 밭에 가는 걸 택하는 쪽이었는데 새벽 밭일이 끝날 즈음엔 근처의 군부대에서 아침 구보를 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고 농수로의 마르지 않은 시원한 물에 장화를 씻어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더운 여름날, 그 날의 일을 다 마치고 아침 8시경.
시원한 용수로에 흙이 잔뜩 묻은 파란 장화를 담그면 얇은 고무를 통과해 맑은 농수의 청량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무더움이 다 사라지진 않아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렇게 마음이 너그러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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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면 뽀득뽀득 소리가 날 것처럼 깨끗해진 장화를 신고 차에 올라타며 갓 따온 붉은 토마토를 한 입 베어문다. 여름의 열기를 가득 간직한 붉은 과육이 볼 안쪽에서 머물다 목구멍으로 내려가면 '으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그러면 다시 생각을 고치게 된다.
'역시, 농사는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