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종류의 색, 방울 토마토 모종 세 개.
일반 토마토 모종 두 개로 시작한 토마토는 일주일에 한 번 수확을 하러 밭에 갔을 때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자라났다. 색색의 방울 토마토를 바구니에 가득 담고 나면 거침없는 강렬한 생명력이 가득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멍하니 그 모양을, 색을, 빛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 여름 열기에 뚝뚝 떨어지는 땀도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였으니 수확의 기쁨은 생각보다 크구나, 했더랬다.
노랑, 빨강, 주황. 세 가지 색의 방울토마토 중 주황색 방울 토마토가 단연 잘 자라났다. 색만 다른 게 아니라 종도 다른 모양인지 껍질이 단단하고 색이 일정하며 곪는 부분 없이 아주 고운 방울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어 좋았다. 지역의 오일장에서 산 모종이라 자세한 모종 이름도 알 수 없고 내년에 다시 이 모종을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같은 날 심어 같은 위치에서 태양을 보고 같은 양의 물을 마시며 큰 작물끼리도 생산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로웠다.
참고로 제일 처음 모종을 샀을 땐 붉은 색 모종이 가장 컸다.
잘 익은 토마토를 집에 가져오면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이 토마토를 어떻게 먹으면 가장 좋을까?"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토마토를 먹고 싶어진다.
물론 여름의 열기를 가득 담은 토마토를 밭에서 따자마자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그 즙을 호로록 들이마실때가 가장 좋지만 선 자리에선 한 개의 토마토면 충분하다. 남은 토마토는 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먹을 최선을 찾아야만 한다.
라따뚜이 잘 익은 토마토와 가지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궁합
/밭에서 따온 토마토와 가지를 두께감있게 편 썰고 마트에서 사온 쥬키니 호박도 마찬가지로 썰어준다.
/홀토마토와 양파, 마늘을 볶아 소스를 만든다.
/가지와 호박을 그릴팬에 구워준다. 소스가 잘 배도록.
/작은 프라이팬에 구운 가지, 호박 그리고 토마토를 겹겹히 쌓은 다음 소스를 불어 적당히 졸여준다.
/파르마산 치즈를 갈아 더한다.
/약불에 기름없이 구운 토르티야 위에 올려 먹는다.
건강한 채소 육수의 맛이 듬뿍 느껴지는 라따뚜이.
뜨거운 토마토 소스 덕분에 땀이 뚝뚝 떨어지지만 진한 그 맛을 한 번 보고 나면 프라이팬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멈출 수 없게 된다.
토마토 마리네이드 입맛없는 여름, 최고의 에피타이저
한여름, 냉면만 삼시세끼 먹으면 좋겠다 여겨질 정도로 더위에 허덕인다면 이것만한 게 있을까?
매년여름 냉장고에서 빠지지 않는 이 것. 바로, 토마토 마리네이드.
식사 전 2-3알을 입안 가득 머금고 시원하게 먹어주면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있다.
/십자칼집을 낸 방울토마토를 뜨거운 물에 담갔다 뺀 다음 껍질을 빼준다.
/어차피 절일거니까 조금 상태가 안 좋아도 괜찮다며 쓰지 말 것. 상태가 안 좋은 방울토마토는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치우는 게 차라리 낫다.
/다진 양파, 월계수 잎, 레몬즙, 발사믹식초, 설탕을 적정량 섞는다.
/열탕소독한 유리병에 껍질을 깐 방울 토마토와 만들어 둔 소스를 섞는다.
/냉장보관을 하고 하루 이틀 지난 후 몇 개씩 덜어서 입맛이 없을 때 먹는다.
절인데다 며칠이 지난건데도 여전히 싱싱한 맛이 난다.
껍질을 다 까두었으니 입안에 남는 이물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 상큼한 식초 맛과 아삭한 양파가 입을 개운하게 해준다.
이 밖에도 카프레제 샐러드를 만들어 먹거나 홀토마토 소스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언제 먹어도 좋은 토마토지만 제철 여름엔 특히나 그 맛이 좋으니 이 또한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