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끄적쟁이 Nov 05. 2024

한미혈맹, 고통스런 선택의 순간

책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를 읽고

징징대는 아이를 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달라졌다. 

어린 시절에는 얼마든지 투정 부리고 요구만 해도 되었다. 아직 어리다는 면죄부가 있으니까. 하지만 아버지(미국)가 바라보는 우리(대한민국)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아버지의 고뇌를 함께 짊어져야 할 '성인'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전장에서 죽어 나가는 동안 왜 대다수 동맹은 후방에서 생색만 내고 있느냐?


라는 것이 미국의 본심이다. 


트럼프는 직설적으로 묻고, 

바이든, 해리스는 눈빛으로 얘기할 뿐  

속마음은 결코 다르지 않다.  


앞으로 안보에 대한 미국의 관점의 변화, 즉, '동맹이 미국의 방위 노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라는 의중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다. 러시아, 중국, 북한 그리고 일본 등이 몰려있는 동아시아의 판도 변화는 미국에게는 최강대국이라는 지위가 흔들리는 정도의 문제지만, 우리에겐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방전략서를 보면 미국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1순위 위협 중국과 러시아  

2순위 위협 이란과 북한  

3순위 위협 테러, 극단주의 단체 


미국에 북한은 사실상 네 번째 고려대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북한을 혼내달라고, 버릇을 고쳐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미국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혜택에는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미국의 속내는 명확하다. 비용이든 인력이든 굳건한 동맹 유지를 위한 부담을 확실히 분담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최우방인 파이브아이즈(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미국이 뛰어든 모든 전쟁에 참전한다. 고통을 짊어진 만큼 첩보, 전술핵 배치 등에서 우선순위를 부여받고 있다. 


그럼 미국이 바라는 '부담 분담'이 현실적으로 어떤 결정을 강요하는지 살펴보자. 


첫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야 한다. 동맹의 입장에서 '중립'은 '적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남중국해나 타이완해협에서 무력 충돌 시 한국도 말뿐이 아닌 직접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전력을 빼 해당 지역으로 출동할 것이고, 연쇄적으로 북한의 남침 시 오롯이 한국군만으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 


셋째, 일본과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며 친하게 지내야 한다. 미군이 미 서해안에서 동아시아까지 도달하는데 약 3주가 걸린다. 가까운 위치와 다수의 함정, 군용기를 보유한 제1의 동맹 일본에게 미국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 입장에선 세 가지 중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보호 근거로 내세웠던 '한미 간의 혈맹'이, 이제는 거꾸로 피 흘린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매우 고통스러운 선택의 순간이 우리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출처: KBS 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