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팔란티어 인사이트'를 읽고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를 기억하는가.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먼저 잡아버리는 세계이다. 과장처럼 보이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점점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4장에서 말했듯이, 급하고 큰 문제일수록 먼저 알아채고 먼저 움직이는 쪽이 이긴다. 그 핵심이 바로 감시와 예측, 즉 “잘 지켜보고, 한 발 먼저 판단하는 힘”이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 하나가 있다.
킬체인의 본질은 ‘결정’이다. 정보를 많이 모아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전쟁은 물론 협상에서도 진다. 그래서 팔란티어 같은 회사가 주목받는다. 이들은 “데이터를 더 모으자”가 아니라 “빨리, 똑똑하게, 실행으로 이어지는 결정”을 돕는다.
방법은 명확하다.
먼저, 여기저기 흩어진 기록을 한눈에 보이도록 이름표를 붙여서 연결한다. 사람, 회사, 계좌, 전화기록 같은 걸 하나의 관계 지도처럼 이어준다. 철자가 조금 달라도 같은 사람인지 찾아내고, 같은 사건인지 묶어낸다. 이렇게 되면 숫자 덩어리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의미 있는 정보가 된다.
다음으로 AI가 정리 작업을 대신한다.
끝없는 검색과 비교는 기계가 하고,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한다. 즉, AI와 사람이 함께 판단하는 구조이다. 덕분에 분석가는 진짜 중요한 일, 즉 상황을 이해하고 위험의 순서를 정하며 다음 행동을 고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결정이 바로 실행으로 이어진다.
보고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행 스케줄, 부품 주문, 보안 규칙 같은 실제 시스템이 즉시 바뀐다. 또 “만약 지금 A를 하면 한 시간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미리 돌려보는 가상 시뮬레이션이 함께 작동한다. 이 덕분에 땅, 바다, 하늘, 사이버 같은 서로 다른 영역의 정보가 한 줄로 이어지고, 가장 빠르고 정확히 움직일 팀이 바로 정해진다.
물론 걱정도 존재한다.
이렇게 강력한 도구가 사람을 과하게 들여다보는 감시 도구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가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왜 보는가(목적), 누가 어디까지 보는가(권한), 무엇을 했는가(기록)이다. 강한 칼에는 더 강한 칼집이 필요하다.
학교, 병원, 공장, 공항,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고장이 나고 나서 고치는 시대는 끝났다. 고장이 나기 전에 미리 고치는 예측 정비, 끊기지 않는 공급망, 사기를 미리 찾아내는 시스템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방법은 같다. 의미를 붙여 연결하고, AI로 신호를 포착하고, 결정은 바로 실행하며, 결과를 다시 학습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돌고 도는 배움의 고리가 시스템을 점점 더 똑똑하게 만든다.
결국 승부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결정의 ‘속도와 정확도’에서 갈린다.
앞에서 말했듯이, 절박함은 힘이다. 절박함이 없는 사회는 보고도 믿지 못하고, 믿어도 움직이지 못한다. 반대로 절박함이 있는 사회는 가설을 세우고, 시험하고, 고쳐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감시와 예측의 시대’는 이미 도착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한 가지이다. 결정. 더 잘 보고, 더 빨리 이해하고, 더 분명히 움직이는 나라가 이긴다. 그리고 그 능력 자체가 곧 주권이다.